미국이 미·중 무역전쟁 협상을 위해 중국 고위급 대표단이 미국에 도착한 28일(현지시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전격 기소했다. 미국 측은 화웨이 기소와 미·중 무역협상이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중국을 겨냥한 강력한 압박 메시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셧다운(연방정부 일시 중단) 정국에서 완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전’을 노리기 위해 중국을 압박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법무부는 지식재산권 침해와 대(對)이란 제재 위반 등 혐의로 화웨이와 멍 부회장을 기소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기소 대상에는 화웨이의 미국 내 지사 ‘화웨이 디바이스 USA’와 화웨이의 위장회사로 알려진 ‘스카이콤 테크’ 등 업체 2곳도 포함됐다. 미국은 멍 부회장을 억류하고 있는 캐나다 정부에 신병인도를 공식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법무부는 화웨이가 미국 통신업체 ‘T-모바일 USA’의 영업비밀 및 지식재산권 탈취를 시도했다고 공개했다. 공소 내용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2년부터 거래처인 T-모바일의 전화기 시험장비를 불법복제하려 했다. T-모바일이 화웨이 제품을 검수하기 전 자체적으로 사전검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화웨이 기술자들은 몰래 장비의 사진을 찍고 치수를 재는가 하면 일부 부품을 훔치기도 했다. T-모바일 측이 기술 탈취 시도를 눈치 채고 문제를 제기하자 화웨이는 ‘불순분자(rogue actors)’의 소행일 뿐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거짓 해명을 내놨다.
중국 정부는 강력 반발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은 최근 중국 기업을 모독하고 공격하며 합법적인 경영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그 배후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캐나다에 멍 부회장 신병인도 요청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캐나다에는 멍 부회장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화웨이 기소 발표는 류허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측 무역협상 대표단이 워싱턴에 도착한 날 이뤄졌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기소 조치는 중국과의 무역협상과는 완전히 분리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두 사안을 사실상 연계해서 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식재산권 침해 등 미 당국이 화웨이에 적용한 혐의는 미·중 무역협상 핵심 의제다. 중국은 미국 요구사항 중 대미(對美) 무역적자 감소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전 강요 금지와 경제 구조개혁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간 간극이 아직 깊어 협상시한인 3월 1일까지 합의가 이뤄지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중국 측 협상단은 류 부총리 외에 이강 인민은행장과 닝지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랴오민 중앙재정위원회 부주임 겸 재정부 부부장, 정쩌광 외교부 부부장 등 관계부처 고위 간부들이 총출동했다. 미국 역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등 핵심 인사들이 나선다. 무역협상은 30~31일 이틀간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열린다. 중국 측 협상단은 트럼프 대통령도 예방할 예정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