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건너편에서 1372번째 수요집회가 열렸다. 고(故)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는 분위기로 엄숙했다. 김 할머니 영정이 마련됐고, 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추모 묵념을 했다. 참가자들은 “김복동 할머니, 사랑합니다”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고 힘줘 함성을 지르기도 했고, 일부는 눈물을 보였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참 오랜 시간 힘들게 사셨다. 그 오랜 세월 지내면서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았다”며 “비록 고단한 삶을 마감하시면서 일본의 공식사죄를 받지 못했지만 그 뜻을 우리가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아신다면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동아리 ‘충청평화나비네트워크’의 이상민 대표는 “김 할머니는 언제까지나 앞장서서 날아오르는 할매 나비였다”며 “자신의 고통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보고 다른 피해자들에게 손을 내밀어 줄 만큼 강하고 용기 있는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충남 아산에서 보호자와 함께 시위를 찾은 이택준(9)군은 “친구에게 이유 없이 맞아도 억울한데 억지로 끌려갔다는 할머니는 너무나 억울했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인천고등학교 동아리 ‘역사방랑자’에서 활동 중인 김태양군은 연단에 올라 할머니께서 보여주신 용기와 행동을 우리가 계속 이어가야겠다며 우리 곁에 남아있는 23명의 할머니는 사죄를 꼭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유나(7)양은 “할머니는 참 용기가 있었어요”라고 기억했다.
대학생단체인 ‘진보대학생넷’ 소속 채유빈(22)씨는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해 달랬더니 할머니들이 원하지도 않는 화해치유재단을 만들었고, 이제 이걸 해산하기로 하고 정상화를 하려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며 “답답한 마음이다. 한시 빨리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온 최모(74·여)씨도 “그동안 몸이 불편해 좀처럼 나오지 못했는데 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나왔다”며 “사과를 받아도 한이 안 풀리고 원통할 판에 벌써 돌아가셨다. 일본은 남은 분들을 위해서 하루빨리 사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의연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해 한국정부는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발표했지만 아직 실질적인 조치들은 취해지지 않았고, 피해할머니들과 우리 모두는 여전히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외치고 있다”며 “그 사이 네 분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할머니의 발인은 내달 1일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다. 연대는 발인 후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으로 행진할 예정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