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베트남 다낭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는 2월 초 실무회담을 열어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30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가 사실상 다낭으로 확정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정부가 최근 개최 후보지로 복수의 장소를 답사하고 있는 것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계책”이라고 덧붙였다. 미 정부는 다낭뿐 아니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와 태국 수도 방콕에도 실사팀을 보냈다.
베트남 중부지역의 항구도시 다낭은 휴양지로 유명하다. 고급 호텔들이 해안가를 끼고 있어 경호가 용이하고,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 경험도 있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국제적인 빅 이벤트를 치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다낭 북쪽 손트라반도는 연결된 도로만 차단하면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였던 싱가포르 센토사섬처럼 외부인 출입을 손쉽게 통제할 수 있다. 손트라반도에 위치한, 산과 해변으로 둘러싸인 ‘인터컨티넨털 다낭 선 페닌술라 리조트’가 보안상 이점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얼굴 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날 장소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당초 북한은 자국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를 더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직전까지 이어질 각종 협상 상황을 대사관을 통해 실시간 본국에 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차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와 최근 북·미 실무접촉이 이뤄졌던 스웨덴 스톡홀름에도 북한대사관이 있다. 그러나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북·미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면서 북한이 끝까지 하노이를 고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9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다음 달 4일쯤 판문점에서 북한 당국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양측은 ‘핵시설 폐기’ 구체화를 놓고 치열한 협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의제에 관한 합의를 마치는 대로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가 공식 발표될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최근 방미 때 북·미가 일정 수준의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큰 틀에서만 합의를 했다면 1차 정상회담 때 발표한 공동성명의 1∼3항을 조금 더 구체화하는 수준에서 2차 정상회담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미국은 1차 정상회담 때 개최 날짜부터 정하고 협상에 나섰다가 북한에 끌려다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구체적이고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의제에 대한 합의가 돼야 날짜와 장소를 발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