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3시10분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 1시간여에 걸친 판결 낭독 끝에 재판부가 “이 자리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밝히자 방청석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는 전혀 예상치 못한 듯 피고인석에서 굳은 얼굴로 한참을 서 있었다.

김 지사는 재판 시작 10분 전쯤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그러면서도 방청석의 지지자를 향해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인사하며 여유를 보였다. 그는 특별검사팀과 법원 서기관, 자신의 변호인들과 차례로 악수했다.

선고 공판이 시작되고 재판부가 선고문을 읽어내려가자 김 지사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재판부는 혐의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그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재판부가 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을 명하자 김 지사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창백해졌다. 그의 변호인들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교도관이 구속 여부를 가족에게 알리는 ‘구속통지서’를 김 지사에게 가져갔지만 그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 서류를 받아들었다가 피고인석 책상에 내려놨다. 김 지사는 책상에 의지해 겨우 서 있는 모습이었다.

김 지사는 이후 교도관들의 안내에 따라 구속 피고인 대기실로 향하다 법정 가운데 멈춰 “끝까지 싸울겁니다”라고 외쳤다. 김 지사 지지자 중 한 사람은 “재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수하였기 때문”이라고 소리쳤다. 다른 지지자는 “우리 지사님 어떡하냐”며 눈물을 훔쳤다. 김 지사의 부인 김정순씨가 이들을 진정시켰다.

김 지사 측 오영중 변호사는 구치소로 향하기 전 대기하는 구치감까지 동행하겠다고 요청했지만 경위가 막아서자 몸싸움을 벌였다. 부인 김씨는 10여분간 법정을 떠나지 못하고 방청석 앞쪽에서 남편이 떠난 길을 바라봤다. 김 지사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곳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각각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변호인들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저희의 판단이 재판부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괴로운 심정”이라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익범 특별검사는 “국민이 부여한 ‘진상규명’이라는 업무를 공적으로 인정받은 것이 큰 의미”라며 “앞으로 남은 절차에 소홀함 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