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동갑내기 국가대표 황인범과 김민재가 나란히 외국 진출을 발표했다. 황인범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김민재는 중국 슈퍼리그로 향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같은 소위 빅리그가 있는 유럽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현실적인 조건들에 발목을 잡혔다. 이들은 새로운 곳에서 보다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전 시티즌은 황인범이 MLS 밴쿠버 화이트캡스로 이적했다고 31일 공식 발표했다. 대전은 “선수 가치에 대한 합당한 평가, 팀의 미래 비전 등이 협상 기준이었다”며 “밴쿠버가 가장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일부 클럽이 황인범에 관심을 갖고 접촉했지만 영입 경쟁에서 밀렸다. 황인범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럽 진출을 갈망했지만 구단이 원하는 이적료가 유럽 쪽에서 나오지 않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고 고백했다.
황인범은 유럽 도전을 포기했다는 비판에 대해 명료히 해명했다. 미국행에 관한 걱정과 비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유럽 진출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황인범은 “여전히 유럽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뛰는 것은 저의 꿈이자 팬들의 꿈”이라며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전북 현대에서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으로 옮긴 김민재도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재는 “많은 분이 중국 진출에 대해 우려하시는 것을 안다”며 “중국에서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민재 또한 유럽 진출이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김민재는 “유럽 팀의 관심은 있었지만 정확한 제안은 없었다”고 했다. 전북은 “베이징과 합의를 마친 다음 EPL 왓포드로부터 영입 의향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외국 진출에 때아닌 해명이 이어지는 까닭은 팬들의 높은 기대치 때문이다. 국제무대에서 재능을 보인 황인범과 김민재가 유럽으로 진출해 성장하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K리그에서 유럽 주요 리그로 가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사례는 지난해 여름 분데스리가 2부리그 홀슈타인 킬로 이적한 K리그 MVP 이재성뿐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