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 ‘5’라고 번호가 적힌 원고지 세 장이 31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서울기록문화관에서 공개됐다. 원고지 칸마다 한자로 적힌 글자들이 빼곡하다. 군데군데 글자들이 수정되고 지워진 흔적도 남아 있다.
독립운동가 조소앙(1887∼1958) 선생이 기초한 ‘대한독립선언서’ 육필 초고가 100년 만에 처음 공개됐다. 조소앙 선생의 직계 손자인 조인래 조소앙선생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이날 가족들이 오랫동안 보관해오던 이 문서를 세상에 꺼내놓았다. 그동안 존재조차도 몰랐던 역사적인 문서다.
대한독립선언서는 우리 겨레의 첫 번째 독립선언이다. 3·1운동 전인 1918년 조소앙 선생이 초고를 완성한 뒤 해외에서 활동하던 이승만, 이시영 등 독립운동가 39명의 연명을 받았다. 한문으로 작성된 이 문서는 1919년 2월 1일 중국 동북부 지린성에서 국한문혼용 형식으로 발표됐다.
대한독립선언서는 그 뒤로 이어진 2·8 독립선언서와 3·1 독립선언서에 영향을 끼쳤다. 대한독립선언서에는 ‘육탄혈전으로 독립을 완성하라’는 문장이 들어 있는데 2·8 독립선언서에서도 ‘육탄혈전’이란 단어가 나온다. 또 일본을 ‘인류의 적’으로 표현했고, ‘합방무효를 선포한다’로 마무리된다.
조인래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를 ‘조선’이 아니라 ‘대한’으로 지칭한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며 “대한독립선언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을 비롯해 광복군 포고문과 대일본 선전포고문 등 우리 역사의 중요한 문서들에 기초가 됐다”고 설명했다.
조 사무총장에 따르면 대한독립선언서는 조소앙 선생이 지니고 있다가 광복 때 국내로 가지고 들어왔다. 조소앙 선생은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사상가로 정치·경제·교육의 균형을 통해 개인·민족·국가 간의 평등을 이루는 삼균주의(三均主義)를 제창했다. 삼균주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 제정 당시 국가이념으로 삼았다.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총감독은 “지금까지 알려진 대한독립선언서는 복사본으로 초고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며 “2·8 독립선언서와 3·1 독립선언서는 초고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3대 독립선언서 중 유일한 초고”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 중인 ‘대한민국 민주공화정 100년 전시’에서 대한독립선언서 육필 초고를 전시할 예정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