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은 여성들의 성토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 연방 상·하원 의원들은 단체로 흰옷을 입고 국정연설에 참석해 성평등 문제를 환기시킬 예정이다.
민주당 여성의원 모임(DWWG)의 회장 로이스 프랭클 하원의원은 여성의원들에게 하원회의장에서 열리는 국정연설에 흰색 의상을 입고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CNN방송이 30일 보도했다. 흰색은 20세기 초 영국에서 최초로 여성참정권 운동을 한 여성 운동가들인 ‘서프러제트’를 상징한다.
프랭클 의원은 “‘서프러제트 화이트(suffragette white)’를 입는 것은 미 전역에 걸친 여성의 연대를 존중한다는 뜻이며 우리가 어렵게 얻은 권리를 잃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116대 연방의회에 미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 의원이 진출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당선된 여성 상·하원 의원은 총 131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국정연설에서도 여성 의원들은 흰옷을 입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잇따른 성추문 의혹과 여성 차별 발언으로 곤욕을 겪고 있었다. CNN은 “여성 의원들이 흰옷을 맞춰 입는 행위에는 참정권 운동을 기리는 것뿐 아니라 남녀 임금평등, 차별 없는 출산휴가 등 여성 권리를 증진시키는 정책을 지지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여성 정치인들이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흰옷을 입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016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수락연설을 할 때 흰색 바지 정장을 입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지막 대선 TV토론에서도 흰색 정장을 선택했다.
미 역대 최연소 여성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29)는 지난 3일 의회 개원식에서 흰색 정장을 입고 선서했다. 코르테스 하원의원은 “나보다 먼저 길을 닦은 여성들과 아직 오지 않은 여성들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올 화이트(all-white)’ 의상을 입었다”고 트위터에 썼다.
트럼프 대통령 소유 골프클럽에서 일하다 해고된 과테말라 출신 여성 이민자도 국정연설에 참석한다. 보니 왓슨 콜먼 민주당 하원의원은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2013년부터 청소부로 일하다가 지난해 12월 강제해고된 미등록 이민자 빅토리나 모랄레스를 국정연설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이 골프클럽이 불법 이민자를 고용하고 그들의 입국 서류까지 위조했다고 폭로했었다. 보도가 나간 뒤 모랄레스는 다른 불법 노동자들과 함께 해고됐다. 현재 모랄레스는 미등록 이민자들에 대한 권리 보호와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는 “내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나는 미국에 살고 있는 수백만명의 미등록 이민자를 대표하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