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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주재 加대사관 직원들도 이상증세… 음파 테러탓?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을 괴롭혔던 정체불명의 음파와 이상증세가 캐나다 대사관에서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상증세의 원인을 놓고 쿠바 정부의 음파 공격설부터 귀뚜라미 울음소리 때문이라는 설까지 온갖 추측이 무성하다.

캐나다 외교부는 30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소재 대사관 직원 한 명이 지난달부터 메스꺼움과 현기증, 집중력 저하 증상을 호소했다며 직원 수를 16명에서 8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쿠바 주재 캐나다 대사관에서는 2017년 10월 이후 총 14명이 같은 증상을 호소해왔다. 캐나다 정부는 그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쿠바 정부와 협조했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직원이 연이어 나타나자 결국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쿠바 정부는 캐나다의 공관 축소 방침에 즉각 반발했다. 호세피타 비달 주캐나다 쿠바 대사는 “캐나다의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 결정이 외교관들의 건강문제 해결과 상관없이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1959년 쿠바혁명 이후에도 쿠바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지금도 10대 교역국 중 하나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상증세가 처음 발견된 것은 캐나다 대사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었다. 미 대사관 직원들은 2016년 9월부터 알 수 없는 소음을 듣고 현기증과 두통에 시달렸다. 외상성 뇌 손상과 영구 청력 손실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경우도 있었다.

미 정부는 쿠바 정부가 대사관 직원들에게 음파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사건 발생 1년째인 2017년 9월 주재 인력 절반을 복귀시키고 주미 쿠바 대사관 15명을 추방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가까스로 국교를 정상화한 두 나라 관계는 이 일로 크게 휘청거렸다.

하지만 미 정부는 쿠바 정부의 음파 공격 증거를 내놓지 못했고, 이후 이상증세의 원인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제기됐다. 영국 링컨대 연구팀은 최근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이상증세의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중남미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짧은 꼬리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7㎑의 고주파에 속한다. 이 울음소리가 건물 벽이나 콘크리트 계단을 통해 증폭되면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대사관 직원들이 귀뚜라미 소리와는 전혀 다른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하면서 ‘극초단파(microwave)’ 무기의 공격이라는 설과 도청에 따른 후유증이라는 설 등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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