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NBA 코트에 몰아치는 매서운 ‘유럽풍’

2018-2019시즌 미국프로농구(NBA)는 유럽 선수들이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며 리그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루카 돈치치(슬로베니아·댈러스 매버릭스), 니콜라 요키치(세르비아·덴버 너기츠), 야니스 안데토쿤보(그리스·밀워키 벅스), 더크 노비츠키(독일·댈러스). AP뉴시스
 
‘라트비아의 유니콘’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뉴욕 닉스의 에이스 포르징기스는 지난해 2월 십자인대 부상을 당해 아직 복귀 일정이 불투명하다. 221㎝의 초장신에 파워와 스피드를 두루 갖춘 포르징기스는 뉴욕의 암흑기를 끊어줄 유일한 희망으로 손꼽힌다. AP뉴시스


한때 미국프로농구(NBA)는 미국 선수들의 세상이었다. 2000년대부터 NBA에 더크 노비츠키(독일)나 파우 가솔(스페인) 등 유럽 출신 스타들이 등장했지만 노비츠키 정도를 제외하면 리그를 지배한 선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18-2019시즌 NBA는 유럽 선수들이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며 리그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그리스의 괴인’ 야니스 안데토쿤보

밀워키 벅스의 포워드 안데토쿤보는 NBA의 유럽 출신 스타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선수다. 안데토쿤보는 2013년 NBA 드래프트 당시에는 그리스 2군 리그 경력만 갖고 있던 미지의 선수였다. 데뷔 초에는 다소 마르다는 평이 있었다. 그러나 점차 몸을 키우며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데뷔 시즌 안데토쿤보는 주로 벤치에서 출장하며 새 리그에서의 감각을 익혔다. 만개한 2016-2017시즌에는 평균 22.9득점으로 올스타 선정과 함께 기량발전상을 수상했다. 다음 시즌에는 평균 26.9득점 10리바운드로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다.

올 시즌 안데토쿤보는 개인 성적과 팀 성적 모두를 잡으며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급부상했다. 30일(한국시간) 현재 그는 46경기에 출장해 평균 26.5점 12.6리바운드 5.9어시스트로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부문에서 데뷔 후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밀워키는 토론토 랩터스와 동부 콘퍼런스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안데토쿤보는 동부 콘퍼런스 올스타 팬투표 1위에 당당히 오르기도 했다.

‘괴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믿을 수 없는 운동능력과 긴 팔로 3점슛 라인에서 출발해 상대 진영을 휘젓는 그의 돌파는 가장 무서운 무기다. 좋은 패스 센스와 드리블 실력까지 갖추고 있어 협력 수비를 하기도 어렵다. 부상이 없다면 안데토쿤보의 MVP 수상 가능성은 매우 높다.

‘세르비아의 천재’ 니콜라 요키치

덴버 너기츠가 2014년 2라운드 41번으로 요키치를 지명했을 때만 해도 그를 주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덴버는 지난해 7월 요키치에게 5년간 1억465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안기고 그를 붙잡았다. 그만큼 요키치가 NBA 데뷔 후 보여준 존재감은 컸다.

요키치는 현대 농구가 가장 선호할 만한 센터다. 경기당 평균 20점을 기록하는 등 골밑 장악 능력도 뛰어나지만 그의 장점은 따로 있다. 수비수가 붙지 않은 동료들을 찾아내는 시야와 그들에게 공을 넘기는 능력이 발군이다. 30일 기준 평균 7.6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해 NBA 전체 6위에 올라있다. 센터들 가운데서는 1위다.

전통적 의미의 센터로서도 부족하지 않은 선수다. 213㎝의 키와 113㎏의 좋은 신체조건을 갖고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어떤 센터와 골밑에서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다. 시즌 평균 10개가 넘는 리바운드를 잡고 있다. 스틸도 경기당 1개 이상을 기록해 센터로서는 매우 준수한 편이다.

요키치도 올 시즌 팀 성적과 개인 성적 모두를 잡았다. ‘요키치 시대’를 선언한 올 시즌 덴버는 격전의 서부 콘퍼런스에서 2위를 지키고 있다. 요키치는 지난해 10월 단 한 개의 실책 없이 30득점 이상, 야투율 100%를 동반한 트리플 더블 달성에 성공하기도 했다.

‘슬로베니아의 신성’ 루카 돈치치

앞선 두 선수가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근 몇 년간 확고한 위치를 점령한 스타들이라면 댈러스 매버릭스의 돈치치는 NBA에 혜성처럼 등장한 초대형 신인이다.

NBA 진출 전 유로리그에서 MVP를 차지하는 등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돈치치는 2018 드래프트에서 전체 3번이라는 높은 순위로 지명됐다. 댈러스는 그에게 포인트가드라는 중책을 맡겼고 돈치치는 올 시즌 두 번 연속 이달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돈치치의 장점은 정확한 스텝백 3점슛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낮은 드리블로 안정적으로 공을 운반하며 훌륭한 팀플레이로 동료들을 돕는다.

승부처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는 강심장도 일품이다. 지난 26일 열린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의 경기에서는 4쿼터 막판 팀이 기록한 11점 모두에 득점과 어시스트로 기여하며 팀의 대역전극을 이끌기도 했다.

돈치치는 지난 25일 발표된 올 시즌 올스타전 팬투표에서 330만1825표를 얻어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에 이어 서부 콘퍼런스 2위를 차지했다. 비록 미디어와 선수 투표에서 밀려 올스타전 선발로는 선정되지 않았지만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결과였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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