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우디(본명 김상우)가 음악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가 지난달 23일에 발표한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은 30일 각종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전까지 1위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던 엠씨더맥스의 ‘넘쳐흘러’와 이소라의 ‘신청곡’은 조용히 우디 뒤로 밀려났다.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이가 쟁쟁한 중견을 가볍게 물리쳤으니 많은 이의 시선이 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우디를 향한 눈길에는 의심이 서려 있다. 우디는 2011년 5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엔트레인으로 데뷔했으나 그룹이 2년 만에 해체하면서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었다. 2017년 솔로로 전향해 발표한 싱글 ‘야해’, ‘아임 인 유 아웃’을 향한 반응도 그저 그랬다. 데뷔한 지 8년이 됐지만 신인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무명의 가수가 갑자기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음원 사재기 의혹이 따를 수밖에 없다.
차트에서의 상승 움직임도 지나치게 가팔랐다. 이전에 사재기 의혹이 제기됐던 닐로의 ‘지나오다’와 숀의 ‘웨이 백 홈’도 한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데 각각 20일, 10일이 걸렸는데 우디는 6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보통 가수들한테서는 보기 어려운, 비약적인 상승이다.
사재기 논란이 일었을 때 해당 가수의 소속사는 SNS를 통해 입소문이 돈 덕분이라면서 부정행위가 아니라고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아무리 SNS를 통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린다고 해도 특정 시간에 청취 인구가 급증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일반인들은 알지 못하는 꼼수와 편법이 존재한다고 넘겨짚을 수밖에 없다. 우디의 소속사 인디안레이블은 그 어떤 해명이나 반박도 내놓지 않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비판의 목소리는 잠잠해질 것으로 내다보는 듯하다.
보통 차트 1위에 올라 유명해지면 자연스레 지지하는 세력이 생기게 된다. 마음에 드는 노래를 만나게 됐으니 청취자로서는 기쁜 일이다. 이로써 사재기 의혹에 대해서는 둔감해진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불신의 시선이 쏟아진다고 해도 소속사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다. 어떤 가수든 어떤 노래든, 호불호는 갈린다. 무기력하게 묻힐 바에야 잡음이라도 일으켜 이목을 끄는 게 훨씬 좋다. 과정이 불투명해도 인지도가 높아지고 출연 요청도 늘어난다. 몇몇 가수들이 행하는 수상한 마케팅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현재 가요계에서는 아이돌이 아니면 관심을 끌기가 어렵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야 겨우 눈길을 끈다. 음원사이트 이용자 대다수는 차트 상위권에 있는 노래에만 흥미를 보인다. 아이돌이 아니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하기도 쉽지 않은 가수는 차트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활동이다. 하지만 부정한 한탕주의가 거듭된다면 대중음악 생태계는 혼탁해지고 만다. 지조를 지키는 아티스트들에게는 패배감과 박탈감을 안긴다. 본인의 이득에 몰두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동윤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