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간판’ 차준환(18·휘문고)이 생애 처음 출전한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아쉽게도 입상에 실패했다. 그는 세계 최정상급 실력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프리스케이팅 점프에서 나온 잇단 실수 때문에 저조한 성적을 받았다. 다만 대회 최연소 참가자였던 차준환은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에 오르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차준환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158.50점을 받았다. 지난 8일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97.33점(2위)을 기록한 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역전 우승을 노렸으나, 합계 255.83점으로 최종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클린 연기’로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이 대회에서 한국 남자 선수가 메달을 따낸 역사가 없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차준환이 2009년 대회 여자 싱글에서 우승한 ‘피겨 퀸’ 김연아(은퇴) 이후 10년 만에 입상자가 될 거라는 기대가 많았다.
시니어 데뷔 2년차인 차준환은 대회 첫 출전의 긴장감 때문인지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그는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 맞춰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시작했다. 고난도 기술인 4회전 점프에서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차준환은 첫 4회전 점프인 쿼드러플 토룹을 시도한 뒤 불안한 착지로 감점을 받았다. 두 번째 4회전 점프였던 쿼드러플 살코는 무난히 소화했지만 회전수가 다소 부족했다. 이어진 트리플 점프에서도 착지 실수는 없었으나 회전수 부족 판정이 나왔다.
차준환은 경기 후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대회를 마무리한 것 같다”며 “향후 대회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차준환의 경쟁자들은 이날 한수 위의 기량을 보여줬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우노 쇼마(일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로 개인 최고점(197.36점)을 써냈다. 쇼트프로그램에서의 점프 실수를 만회한 그는 합계 289.12점으로 우승했다. 전년도 대회 챔피언인 진보양(중국)은 합계 273.51점으로 은메달을 가져갔다.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 1위(100.18점)를 차지한 빈센트 저우(미국)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네 번의 4회전 점프를 구성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결국 4회전 점프를 3회 성공한 그는 합계 272.22점으로 3위에 올랐다.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4대륙 선수권대회는 세계선수권대회의 전초전으로 불린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다음 달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해 다시 한 번 입상에 도전한다. 차준환은 지난달 국내피겨종합선수권 우승을 통해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확보한 바 있다.
지난해 평창올림픽 15위에 오른 차준환은 올 시즌 그랑프리 2개 동메달, 그랑프리 파이널 3위에 오르며 고속 성장 중이다. 지난 시즌 부상에 시달렸던 그는 최근 프로그램 구성 난이도와 기술 완성도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