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 증상 2∼3일이 큰 고비
흡연자 70%는 금연 시도하지만
개인 시도 성공률은 2∼3% 그쳐
금연캠프 등 서비스도 받아볼 만
차준태(48·경기도 의정부)씨는 지역 금연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지난 2년간 거의 끊었던 담배를 올 초 다시 입에 대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는 바람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과거처럼 하루 한 갑 반씩 피우고 있다. 차씨는 “술 마실 때나 밥 먹고 나서, 아침에 일어난 뒤 흡연 욕구를 특히 참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70% 이상의 흡연자들은 금연을 원하고 시도한다.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해를 준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흡연은 만병의 근원이다. 폐암·식도암 등 상당수 암을 비롯해 심혈관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일으킨다.
최근엔 흡연이 간경화로 악화될 수 있는 비알코올성지방간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강북삼성병원 코호트 연구진이 건강한 남녀 19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남성의 경우 흡연량이 많을수록 지방간 발생 위험이 25~36% 높아졌고 여성은 25~46% 증가했다. 이 병원 종합건진센터 정현숙 교수는 11일 “흡연 시 생성되는 타르나 일산화탄소 같은 독성물질이 간세포에 영향을 미쳐 간섬유화(딱딱해짐)를 유발하고 흡연으로 몸 속에 쌓인 산화 스트레스가 간대사 이상을 초래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건강 폐해를 알고 자발적으로 금연을 시도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실패한다는 점이다. 니코틴 중독으로 인한 흡연 욕구를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니코틴은 흡연할 때 폐로 흡수돼 뇌까지 단 7초 만에 도달하며 중독성은 마약인 헤로인, 코카인과 비슷해 담배를 다시 찾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시도한 금연 성공률은 2~3%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니코틴 공급이 안 되면 나타나는 ‘금단 증상’은 2~3일이 제일 심하다. 대부분 이 시기를 참지 못해 중도 포기한다”면서 “첫 주를 넘기면 많이 줄어들고 의지가 강해 3~4주 버틴다면 흡연 욕구는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금연 시도 경험이 있는 500여명 대상 한 연구에 의하면 금연에 실패한 주된 이유로 ‘흡연 욕구를 감소시키지 못해서’(33.2%)와 ‘주위의 협조를 얻지 못했거나 금연 환경이 되지 못해서’(23.0%)를 꼽았다. 금연은 본인 의지가 중요하지만 주위 환경이나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금연을 결심했다면 금연 의지를 가능한 한 주변에 널리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게 최우선이다. 금연 초기 한 달 정도 집이나 자동차, 사무실의 주변 환경에 담배를 두지 않거나 담배 피우는 가족·동료가 없는 경우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직장·가정에서 가까이 생활하는 동반자가 비흡연자인 경우 금연 기회가 84%까지 증가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재흡연 가능성을 높이는 ‘4가지 계기’(HALT)와 대처법을 제시했다. 먼저 배고픔(Hungry)이다. 불규칙한 식사 습관은 뇌가 정상적이고 합리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해 흡연 욕구를 부추긴다. 아침은 거르지 말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금연에 도움이 된다.
화남(Angry)과 외로움(Lonely), 피곤함(Tired)도 흡연을 다시 하게 하는 강력한 계기가 된다. 박경아 건강증진개발원 금연기획팀장은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심호흡을 하고 마음속으로 10까지 세거나 물을 마심으로 해서 진정할 수 있는 시간을 벌도록 한다”고 조언했다. 또 “외로울 때 과거 위안을 주던 담배를 찾게 되는데, 운동이나 다른 취미활동을 함으로써 외로워지는 상황을 피하고 금연 지지자와 통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효과적인 금연을 위해 국가금연지원 서비스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까운 보건소의 무료 금연 클리닉이나 지역금연지원센터(전국 17곳), 병·의원의 건강보험 금연치료지원사업(1만3582곳)을 노크해 보자. 박 팀장은 “특히 지역금연지원센터가 제공하는 ‘4박5일 합숙형 금연캠프’는 암이나 만성 폐질환 등 흡연 관련 병을 갖고 있는 흡연자나 20갑년(매일 한 갑씩 20년 이상) 넘게 담배를 피우고 두 차례 이상 금연 실패 경험이 있는 이들을 위한 전문 치료 프로그램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