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확정된 베트남 수도 하노이는 대규모 외교 행사를 여러 차례 치른 경험이 있는 도시다. 유력 후보지로 꼽혔던 해변 휴양도시 다낭보다 회담 인프라 측면에서 훨씬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노이는 북·미 정상이 베트남 지도부와 별도의 양자 외교 일정을 잡기에도 편리하다. 베트남으로서도 북·미 핵 담판장을 마련한 ‘호스트(host)’로서 존재감을 과시할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주앉을 회담장으로는 하노이의 내셔널컨벤션센터(NCC)가 거론된다. NCC는 2006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2010년 아세안(ASEAN) 정상회의 등 다자 정상외교 행사가 열린 곳이다. 베트남 최대 정치 이벤트인 공산당 전당대회도 이곳에서 열린다. 베트남 당국은 하노이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확정됐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NCC와 인근에 위치한 JW메리어트 호텔 등 시설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김 위원장이 묵을 숙소로는 우선 멜리아 호텔이 꼽힌다. 이곳은 북한 관리들이 하노이를 방문할 때 자주 이용하는 5성급 호텔이다. 지난해 11월 베트남을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이곳에 묵었다.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과 인접해 있어 북한 측으로서는 경호와 의전 등을 조율하는 데 편리할 수 있다.
다만 북한 대사관과의 인접성보다는 경호 계획 수립 등 다른 요소가 더 우선적으로 고려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 숙소는 북한 대사관과 가까운 풀러튼 호텔이 아닌 세인트레지스 호텔로 최종 낙점됐다. 김 위원장 숙소는 1차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직접 현지를 답사한 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숙소로는 JW메리어트 호텔,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 쉐라톤 호텔, 인터컨티넨털 호텔 등이 거론된다. 이 중에서도 회담 예상지인 NCC와 인접한 JW메리어트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호텔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문재인 대통령 등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정상들이 묵은 곳이다. 주변이 인공호수로 둘러싸여 있어 진입로만 차단하면 외부와 완전히 단절돼 경호에 유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 머물렀던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거쳐 간 쉐라톤 호텔도 후보로 꼽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