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기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을 촉발했던 멕시코 국경장벽 협상이 마감시한을 앞두고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장벽 건설 예산 외에 불법 이민자 구금 정책에서도 대립각을 세우면서 셧다운 사태 재발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연방 상·하원의원 17명으로 구성된 양원 협의회는 지난 주말 국경장벽 예산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5일간 지속된 셧다운 사태를 봉합하기 위해 정한 협상 시한은 오는 15일이다. 미 의회는 상·하원 표결 절차를 고려해 11일까지 협상안을 마련하려 했다.
협상의 암초로 떠오른 건 불법 이민자 구금 정책이다. 민주당은 억류 가능한 불법 이민자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이민세관단속국(ICE) 수용시설 내 침대를 4만520개에서 3만5520개로 줄이고, 그중 미국 내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자의 침대는 1만6500개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공화당은 수용 시설 침대를 5만2000개로 늘리자는 입장이다. ICE 수용시설에 대한 예산은 미 의회가 지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협상이 좌초됐다는 소식에 즉각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양원 협의회에서 끔찍한 요구를 했다. 그들은 셧다운을 원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이어 “민주당은 정말로 필요한 국경장벽에 대한 예산 편성을 거부할 뿐 아니라 살인자들을 구금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인가?”라고 비난했다.
국경장벽 예산의 경우에는 양당의 의견 차가 좁혀지고 있다. 양원 협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57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13억~20억 달러 선에서 국경안보 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보도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용 여부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57억 달러의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놓아선 안 되며, 셧다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NBC방송 밋더프레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만약 장벽 예산이 중간 정도에서 합의된다면 대통령은 나머지 예산을 다른 곳에서 끌어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에서 2020년 재선을 위한 첫 선거 유세에 나선다. 그는 자신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 국경장벽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NPR은 그러나 “정작 엘패소 주민들은 국경장벽이 도시를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