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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원 한파에 우는 中… 취업 보너스에 웃는 美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경제 상황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감원 한파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반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의 호황을 구가하는 미국 기업들은 거액의 채용보너스까지 제시하며 인력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경제는 미국발 무역갈등뿐 아니라 곳곳에 뇌관이 도사리고 있어 언제든 ‘경제적 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산업계에 감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감원 바람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광둥성 등 중국 동남부 지역 수출 제조업체 중심으로 시작해 인터넷 기업과 하이테크, 바이오 기업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광둥성 둥관에서 제과점 체인을 운영하는 궈펑천은 2년 전 은행 대출까지 받아가며 사업 확장에 나섰으나 최근 구조조정을 했다. 24개였던 제과점 체인을 9개로 줄이고 직원도 150명에서 35명으로 감축했다. 주요 고객인 기업들의 감원 탓이다. 제과점의 최대 고객인 쑤인전자는 한때 1만명 정도였던 인력을 2000명까지 줄이는 등 둥관 지역 제조업체들이 속속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고객이 사라지고 있다.

광저우에서 20년간 남성 속옷 제조업체를 운영한 레오 리는 한때 600명가량이던 직원을 100여명으로 줄여 경험 많은 숙련공만 남겨뒀다. 그는 “주변에 사업하는 지인들도 대부분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게임, 온라인 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우한, 광저우, 선전 등의 게임 업체들은 지난해 초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 강화에 따라 직원들을 최대 절반가량 줄였다. 임금도 줄었다. 게임 프로그래머가 월 3만 위안(500만원가량) 이상을 받은 것도 이젠 옛날 얘기가 됐다. 온라인 여행앱 ‘취날’, 지식공유 사이트 ‘즈후’ 등도 감원 계획을 내놨다.

반면 중국의 무역전쟁 상대국인 미국은 정반대로 신규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CNBC방송에 따르면 미국 내 9개 기업은 최대 1만 달러(1120만원)까지 보너스 지급을 내걸고 신규 인력을 유치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회사인 가이코는 보너스로 4000달러, 포스홈앤드빌리지는 8000달러, 크리스투스 헬스는 6000달러~1만 달러, 제너럴 다이내믹스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는 1만 달러를 각각 내걸었다. 특히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신규 인력을 추천하는 기존 직원들에게도 최대 8000달러의 보너스를 약속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1월 4%를 기록하는 등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각국 정부에 ‘경제적 스톰(폭풍)’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10일(현지시간)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4대 먹구름’을 거론하며 “구름이 너무 많으면 한 번의 번개로도 스톰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4대 먹구름은 무역 긴장과 관세 인상, 금융긴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 가속 등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중 무역전쟁 등 무역 긴장은 이미 세계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으며 정부와 기업, 가계 등의 과도한 부채와 관련한 차입비용 증가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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