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64) 대한체육회장이 정부의 체육계 비리 근절 대책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에 대해선 재차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11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 대한체육회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정부의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대한체육회(KSOC) 분리 및 소년체전 폐지 방침에 대해 “함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반발했다.
그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단일팀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2032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한쪽에서 올림픽을 유치하고자 하고 한쪽에선 KOC를 분리하자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무지에서 나온 것이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폭행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심석희 측은 이 회장이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과 함께 만난 자리에서 조재범 전 코치를 복귀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올림픽 기간 노로바이러스에 선수들이 감염됐는지 확인하고 격려하기 위해 새벽에 평창을 방문해 한 발언이 오해를 산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심석희와 김보름에게 ‘코치와의 갈등, 선수 간 갈등이 있지만 일단 올림픽에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라’고 했다”며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온다. 사필귀정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발언을 심석희가 오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리를 함께한 전 전 부회장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전 전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이) 조재범 전 코치에 대해 유리한 얘기를 해서 석희에게 ‘회장님이 보고를 잘못 받은 것 같다. 신경쓰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조 전 코치의 성폭행 논란이 불거진 후 제기된 사퇴 여론에 대해선 “책임을 다하고 의무를 다 하겠다”며 거부했다. 그는 “지금 나가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해질 수 있는 이야기”라며 “여러 가지 산적한 현안이나 정리해야 할 부분을 다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 앞서 열린 2019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는 문화체육부 장·차관이 모두 불참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대한장애인체육회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는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참석한 바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