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청소년의 시선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북한을 적(敵)으로 인식하거나 북한이란 단어에 독재를 떠올리는 청소년 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교육부와 통일부는 지난해 10월 22일부터 12월 10일까지 전국 초·중·고 597곳의 학생 8만29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북한이 우리에게 어떤 대상인가’라는 항목에 대한 응답이었다. 2017년 조사에서는 ‘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41%였으나 작년에는 5.2%로 8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협력 대상이란 응답은 41.3%에서 50.9%로, 도와야 할 대상이란 응답도 10.8%에서 12.1%로 증가했다. 올해 새로 생긴 보기인 ‘경계해야 하는 대상’을 고른 학생은 28.2%였다.
‘북한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느냐’는 질문에 ‘독재·인물’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2017년 49.3%였는데 지난해에는 26.7%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한민족·통일’이란 응답은 8.6%에서 24.9%로 3배가량 늘어났다. 다만 ‘전쟁·군사’(24.5→29.7%) ‘가난·빈곤’(6.2→7.2%) 이미지도 소폭 증가했다.
통일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졌다. 5년 이내 통일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청소년은 2017년 5.1%에서 지난해 16.4%, 6~10년으로 내다보는 비율은 14.8%에서 31.3%로 많아졌다. 21년 이상 흘러야 가능할 것이란 응답은 31.2%에서 14.2%로 줄었고, 아예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도 20.2%에서 9.6%로 감소했다.
초등학교에서 고교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통일에 신중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초등학생은 73.9%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고교생은 54.6%여서 적지 않은 격차를 보였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초등학생은 ‘역사적으로 같은 민족이라서’(27.4%)란 보기를 가장 많이 꼽았지만 고교생은 ‘우리나라의 힘이 더 강해질 수 있어서’(26%)를 가장 많이 골랐다. 고교생의 34%는 북한을 경계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중학생은 29.5%, 초등학생 20.7%였다. 북한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가난·빈곤’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고교생 9.8%, 중학생 7.9%, 초등학생 3.8% 순이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