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이 유로존과 영국 간 재협상 마감 시한이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럽연합(EU)과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관련 재협상이 부드럽게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대 쟁점으로 남은 아일랜드 국경에서의 하드보더(통행·통관절차의 엄격한 적용) 문제를 두고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거란 시각이었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재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한 시한인 13일이 다가왔건만 혼란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 대신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 우려가 커졌다. 유로존 내부의 경제심리는 나빠졌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확대됐다. 최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 가장 걱정되는 점은 미·중 무역분쟁보다도 브렉시트”라며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슈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을 것”이라고 했다.
비단 최 연구원만의 전망은 아니다. 영국이 ‘질서 있는 EU 탈퇴’ 합의에 실패한 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브렉시트를 세계 경제의 ‘4대 먹구름’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세계에 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씨앗이라는 비유였다. 유럽 주요국의 경기가 후퇴하는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조차 하기 싫어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씨티그룹은 “가장 명백한 옵션은 탈퇴 데드라인(3월 29일)을 중지하고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를 체험했던 한국도 브렉시트의 향방을 예의주시한다. 한국은행은 국제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했고, 코트라(KOTRA)는 기업들을 돕는 ‘브렉시트 대응지원 데스크’를 가동 중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입장에서는 브렉시트와 같은 ‘반세계화적’인 사건이 유쾌할 수 없다. 영국이 한국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현재 1.4%로 크지는 않지만, 양국의 교역 규모는 점점 커지는 중이었다. 노딜 브렉시트가 결정될 경우 한국은 그간 무관세로 수출하던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금융시장에서의 악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데, 이 경우 한국 시장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EU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9%에서 1.3%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말할 것도 없이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원인이다. 최 연구원은 “세계 경제심리가 나빠지는 구간에서는 한국 경제가 좋아질 거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