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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폄훼는 극단적 ‘표’퓰리즘… 10% 극우에 멍드는 보수



자유한국당이 스스로를 다시 시험대에 세웠다. 기치로 든 보수 재건을 감당할 능력은 갖췄는지, 보수 진영을 대변하는 공당으로서의 철학과 비전, 자격은 있는지, 혹여 보수의 짐이 되고 있지 않는지 등에 대한 엄중한 질문과 경고 앞에 섰다.

최근 벌어진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훼’ 파문, 전당대회를 두고 벌어진 이전투구와 난데없는 박심(朴心·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 논란 등 일련의 문제는 한국당의 시계를 탄핵 정국에 시름하던 때로 돌려놨다는 비판을 불렀다. 이런 퇴행적 흐름은 골수 지지층을 향한 극단적 포퓰리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적 보수가 중시하는 국가와 공동체, 도덕성보다 자기 정치적 계산을 우위에 두는 이기적 정치와 강경 우파가 결합하면서 민심이나 상식과 거리가 먼 상황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5·18 모독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사태의 장본인인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을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르면 13일 제명, 탈당권유 등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들의 죄책 사유로 “보수와 국민을 욕보인 행위”를 들었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지 나흘 만에 취해진 가시적 조치지만 한국당은 이미 상당수 보수층에게마저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한국당은 연대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 의원 등이 극우 논객 지만원씨를 국회로 초청해 5·18 공청회를 연다는 소식은 지난달부터 알려져 있었다. 이에 앞서 지씨를 5·18 진상규명조사위 위원으로 추천하는 문제를 놓고 수개월간 잡음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분란의 싹을 자르지 않고 방관했다. 그 뒤의 ‘태극기 부대’와 당내 지씨 옹호파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탄핵 사태와 연이은 선거 참패로 ‘보수 궤멸’ 우려가 팽배했을 때도 남아 있던 열성 세력이 영향력을 키우면서 이들을 등에 업은 의원들이 ‘스트롱 스피커’로 나서는 상황까지 왔다는 얘기다. 특정 집단의 표로 달려드는 ‘표(票)퓰리즘’이 작동할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이런 기류는 2·27 전당대회 국면에 접어들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5·18 관련 발언은 골수 지지층을 끌어안으려는 전략”이라며 “이념 대결, 지역 대결을 부추기는 데 5·18은 효과적인 소재”라고 말했다. 또 “비대위가 혁신 성과를 내지 못하자 혁신 대상이던 대구·경북(TK), 친박, 태극기 부대 등이 뭉쳐 반동의 정치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전대 일정 문제를 두고 벌어진 ‘보이콧’ 대 ‘강행’ 힘겨루기, 전대를 관통하고 있는 ‘박심’ 논란 역시 정치 후진성을 보여준다. 이날 당대표 후보 등록을 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 3인도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 그림자 안에서 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를 보면 국민들은 기가 찰 일이지만 당내에서는 그게 통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끊지 못하면 보수는 계속 불안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도 안 될 소수 강경파에 끌려가고, 박 전 대통령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것은 보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국민 다수는 여전히 보수적이고, 합리적 보수가 나오길 기대한다”며 수구와의 절연을 주문했다.

지호일 이형민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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