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미 협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타협보다는 단계적 합의를 통해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미국의 전략으로 분석된다. 북·미 양측은 또 다음 주 이뤄질 실무회담에선 양측의 2차 정상회담 공동성명 초안을 각각 가지고 나와 마지막 담판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가진 특파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미가 계속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런 걸 보니 비핵화 의제에 대한 진도가 많이 안 나가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같은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지도자 간 신뢰가 있으면 통 큰 결정이 가능한데, 아직까지 신뢰가 쌓여 있지 않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포괄적 타협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1차 정상회담처럼 원론적인 입장에서 맴돌아선 안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체가 있는 합의까지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북·미 간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미국에 1순위로 원하는 것은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 대표는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상응조치와 관련해 “북한이 제일 원하는 것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일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직접 언급해 이 부분이 실현되지 않으면 정치적 리더십에 타격이 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비건 특별대표가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루는 태도를 보여 ‘(협상 전망이) 괜찮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다음 주 실무협상에서 북·미가 각각 공동성명 초안을 갖고 나와 마지막 조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비건 특별대표가 발언하는 걸 들어보니 굉장히 자신감 있게 단문으로 설명 없이 쳐나갔다”면서 “북·미가 뭔가 합의점이 이뤄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비건 대표가 ‘합의문안 작성에 들어간다’고 말했다”면서도 “비건 대표가 ‘갈 길이 멀다. 우리(미국)는 선택했다. 북한도 선택하기를 바란다.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북한만이 알고 있다’고 전한 것을 보면 북한이 호락호락한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비건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상응 조치들과 관련해 대북 제재 완화,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종전선언 등 4가지를 꼽았더니 비건 특별대표가 “정확히 짚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동영 대표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이제는 말이 아니라 증거가 필요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목표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