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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선언, 싱가포르 성명 이행할 10여개 조치 담긴다

사진=AP뉴시스


북한과 미국이 오는 27~28일 2차 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북·미는 지난주 평양에서 열린 2박3일 실무협상에서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10여개로 추렸고, 내부 논의를 거쳐 다음 주 추가 협상에서 이를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될 ‘하노이 공동선언’에는 지난해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3개항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조치가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을 만나 “북한과 12개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핵 실무협상 수석대표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 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비건 대표는 ‘12개 중에서 몇 개 의제에 대해 북·미가 합의했느냐’는 질문에 “상부에 보고를 안 했기 때문에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워싱턴DC의 한 식당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비건 대표의 발언을 전한 뒤 “다음 주 실무협상에서 북·미가 각각 공동성명 초안을 갖고 나와 마지막 조율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수혁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비건 대표가 ‘dozen’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10여개의 의미였다”고 부연했다.

협상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북·미가 평양에서 논의한 문제들은 이보다 훨씬 많다”며 “그중에서 합의 여지가 있는 의제를 추렸다는 건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언급한 10여개 의제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담긴 북·미 관계 정상화, 항구적 평화 구축, 완전한 비핵화의 세부 조치로 해석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를 거론하며 “조항마다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북·미 관계 개선 분야에선 연락사무소 설치와 비정치 분야 교류,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가 우선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요구해온 개성공단 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포함됐을 수 있다. 북한의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문제도 논의됐을 가능성도 있다.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다자협상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핵심은 비핵화다. 미국은 비핵화 시한이 담긴 로드맵과 함께 영변 핵시설 폐기, 나아가 영변 이외 시설에 대한 포괄적 신고·검증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상응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는 제재 완화인데, 미국은 실질적인 비핵화 전 제재 유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에서 물꼬를 트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려운 구조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미 간 이런 입장차는 지난해부터 계속 불거졌던 사안이고 실무협상에서 접점을 찾기 어렵다”며 “양측이 정상회담 전까지 최대한 입장 조율을 시도하겠지만 결국 정상 간 담판으로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권지혜 이상헌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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