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위의 선수 숫자는 총 16명. 경기장 크기는 작아졌고 포메이션도 간소해졌다. 아직은 익숙지 않은 8인제 규칙이 적용되는 초등부 축구 대회 첫날, 12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은 제 몫을 다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뛰었다.
패스, 개인기… 더 자율적이고 시끄럽게
전라북도 축구협회가 주최한 ‘금석배 전국 초등학생 축구대회’가 14일부터 전북 군산에서 열렸다. 이 대회를 포함해 올해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모든 초등학교 축구 경기는 11인제에서 8인제로 바뀌어 진행된다.
낯선 규칙 아래서 치른 초등부 경기 양상은 11명이 뛸 때와 다르게 흘러갔다. 150~60㎝ 남짓한 어린 선수들이 짧은 패스와 개인기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상대 수비수를 눈앞에 두고도 과감히 헛다리를 짚었고, 사이드라인을 따라 공을 몰고 달리기도 했다. 경기장이 좁아진 만큼 대지를 가르는 긴 패스는 바깥으로 벗어나기 일쑤였다.
“반대로!” “걷어!” “나와!” 그라운드는 선수들의 기합과 서로를 부르는 소리로 가득했다. 사이드라인에 있는 벤치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양 팀 감독들은 초조한 듯 서 있었지만 선수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거나 혼내지 않았다. 대회에 참가한 경기동탄블루윙즈U12의 주장 최현수군은 “감독님의 명령이 없으니 배운 것을 기억하고 생각하며 축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8인제의 개별성
8인제는 유소년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향상하기 위해 도입됐다. 스몰사이드 게임(Small-Sided Game)의 한 종류인 8인제는 말 그대로 ‘미니 축구’다. 기존 11인제보다 경기장은 작지만, 필드 플레이어가 6명이 줄어든 만큼 선수 개개인이 쓸 수 있는 여유 공간은 오히려 더 넓다. 시합 중 선수가 공을 다룰 기회가 많아지고, 상대와 1대 1로 대결하는 경우도 늘 수밖에 없다. 공수 전환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빠른 판단력과 정확한 패스 타이밍도 중요해졌다.
11인제 하에서 지도자들은 선수에게 개인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팀의 조직력을 구축하는 일을 우선시했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에 기술 축구는 비효율적이었다. 전술에 바탕한 기계적인 팀플레이가 승리에 더 유리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13일 “어릴 때부터 11인제를 하게 되면 소위 ‘뻥축구’라 불리는 롱볼 플레이나 몸싸움을 우선하는 피지컬 축구에 익숙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데이터상으로도 차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협회는 2017년 위성항법장치(GPS) 장비를 이용해 8인제와 11인제 유소년 축구 시합을 비교·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8인제 규칙 아래서 선수들의 볼 터치(27.2회-20.1회)와 패스(14.1회-9.2회) 횟수가 11인제보다 더 많았다. 유효 슈팅 또한 개인당 0.2회에서 0.8회로 4배나 증가했다. 보다 공격적이고 개인적인 축구가 가능해진 것이다.
8인제 도입을 주도한 미하엘 뮐러 기술발전 위원장은 유소년 축구의 개별성을 강조했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팀 전술을 익히게 하기보다 각자에 필요한 기본기와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다. 금석배를 찾은 뮐러 위원장은 “11인제는 성인을 위한 경기 형태”라며 “8인제 이하 미니 게임을 통해 아이들에게 알맞은 판단력과 창의성 등을 기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술과 판단력 강조하는 규칙들
지금 시행되는 8인제 규칙은 지난해 11월 개정됐다. 협회는 지난해 전북과 강원도에서 8인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며 개선사항을 점검했다. 세부적인 대회 운영 등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규칙을 다듬었다.
8인제 경기장은 가로 62~68m, 세로 46~50m 길이다. 기존 규격보다 가로 약 12m, 세로 약 6m 정도 짧다. 하나의 성인 경기장에 8인제 경기장 두 개가 들어가고도 조금 남는다.
가장 눈에 띄는 규칙은 ‘뻥축구’를 방지하고 빌드업(패스를 통해 후방부터 진행하는 공격 전개)을 유도하는 ‘유소년 기술발전 특별규정’이다. 골키퍼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손이나 발로 패스했을 때 하프라인을 넘을 수 없도록 했다. 좁아진 길이를 활용해 골킥으로 공격을 쉽게 전개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골킥이 하프라인을 넘을 시, 넘어간 지점에서 상대 팀에게 간접 프리킥을 준다.
코칭 방법도 달라졌다. 선수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게 하기 위해 지도자의 역할을 크게 줄였다. 선수의 움직임을 일일이 지시하는 소위 ‘리모콘 코칭’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다. 지도자는 전·후반 중간에 2분씩 주어지는 ‘코칭타임’ 외에는 지도행위를 할 수 없다. 그 외에는 경기 시작 전과 하프타임, 선수 교체 시에만 지시할 수 있다. 다만 “좋아” “잘했어” “힘내” 같은 격려와 칭찬은 경기 중에도 가능하다.
협회는 향후 초등부 외에도 연령대별 맞춤형 교육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초등 저학년에 5대 5, 중등부에는 9대 9 등의 경기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각 나이에 알맞은 스몰사이드 게임 대회를 이르면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산=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