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청소년들이 “‘스쿨미투’(School Me Too·학내 성폭력 고발)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바뀐 게 없다”며 성토하고 나섰다. 용기 내 고백한 학생들은 2차 피해를 받거나 협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의 감시는 허술하고 학교는 침묵하고 있다는 토로다. 지난 1년간 80여곳이 넘는 중·고교에서 미투 외침이 나왔지만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교육부는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집계하지 못했다.
청소년페미니즘모임(청페모) 등 49개 청소년·시민단체 200여명은 16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스쿨미투 1년, 정부는 응답하라’ 집회를 열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고발자는 여전히 2차 가해와 신변의 위협에 시달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부평구 부원여중의 한 학생은 “교사들은 잘못을 뉘우치긴커녕 스쿨미투 고발 포스트잇을 떼어 오면 벌점을 상쇄해 준다고 학생들을 꼬드겼다”며 “급기야 포스트잇을 붙이는 학생과 떼려는 학생 간 육탄전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의 충북여중 스쿨미투 고발 학생은 “교사에게 ‘학교 명성에 먹칠하지 않길 바란다’는 말을 들었다”며 “동급생의 2차 가해가 심해 지금도 전화나 문자, SNS 소리에 숨이 멎는다”고 울먹였다. 경기도 용인외대부고의 한 학생은 “중학교 시절 생활기록부와 성적을 처리하던 가해교사는 제 친구에게 ‘오늘까지 수행점수 입력인데 점수 다 깎을까’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청소년·시민단체들은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사립학교법 개정, 검·경 스쿨미투 사건 적극 수사를 통한 가해교사 처벌 등 4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최유경 청페모 활동가는 “교육부는 학교가 너무 많아 전수조사가 어렵다고 하지만 그 많은 학교를 관리하기 위해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가 17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스쿨미투 확산 학교 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17일 기준으로 스쿨미투 학교는 72곳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SNS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집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일보가 청페모에서 입수한 자료에 직접 검색한 결과를 더하니 같은 시기까지 80여곳에서 스쿨미투 폭로가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공받은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중·고교 성희롱·성폭력 피해사례 33건 중 교원 중징계는 1건(직권면직)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련 대책을 발표하며 사립학교 교원의 성희롱·성폭력 비위에 대해선 국·공립 교원 수준의 징계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움직임은 더디다. 시민단체들은 “전수조사가 빠지는 등 근본적 해결책을 담지 못했다”며 “스쿨미투 관련 법안은 13개나 발의됐으나 단 한 가지도 통과되지 않았다. 가해 교사에 대한 징계 철회와 검·경의 불기소 처분도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중혁 박상은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