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란이 가중되면서 소비·투자심리 악화 및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할 소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말한 직후인 지난 16일 국제금융센터는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의회 표결을 통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무효화 가능성은 미미하고, 정당성을 둘러싼 법정 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실제 미국 민주당은 이번 선포를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 판단했고 뉴욕주 법무장관은 즉각 소송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 중 상당수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봤고, 남부 국경에서 벌어지는 여러 범죄를 ‘인도주의적 위기’라 지칭해 왔다. 국경장벽 건설 추진은 민주당과의 예산 갈등을 거쳐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로 비화했다. 이 셧다운 사태는 지난해 말 한국의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에 서명하며 정부 폐쇄 위기는 해소됐지만, 향후 정국 불안은 더욱 커진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관련한 잡음들은 미·중 무역협상 난항,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불확실성 등과 함께 한국 경제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대외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잠재성장률은 조금씩 하락하는 한국에서는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국제금융센터의 우려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18일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적해야 할 전선이 중국은 물론 북한, EU, 민주당 및 베네수엘라 등으로 크게 확대될 양상이라서 관련한 불확실성도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KB증권도 “미국 정치권이 조기 대선 모드에 돌입하는 양상을 띠는 것은 미국의 인프라 투자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한국 금융시장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시각은 아직 많지 않다. KB증권은 “한국 증시에는 제한적 변수”라고 했다. 2001년 9·11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의 굵직한 변수는 못된다는 평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