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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에 혈안 유튜버들, 노숙인까지 이용 ‘조회수 장사’



최근 서울역 노숙인들 사이에서 ‘카메라 경계령’이 내려졌다. 지난달 초 한 유튜버가 올린 영상 탓이다.

‘노숙자들의 살벌한 싸움 현장’을 제목으로 한 영상에는 서울역 중앙통로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노숙인 7~8명 중 한 명이 다른 노숙인에게 욕을 하며 폭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 노숙인이 유튜버에게 담배와 돈을 요구하는 장면도 담겼다. 화면에 나온 모든 노숙인의 얼굴은 여과없이 그대로 공개됐다. 영상 밑에는 ‘(노숙인들을) 그냥 죽게 내버려 둬라’ ‘동정심이라도 주지마라’ 등 수많은 악성 댓글이 달렸다.

노숙인 김모(31)씨는 18일 “당시 (유튜버) 세 명이 찾아와서 촬영협조를 요청해서 응했지만 싸우는 부분은 허락을 받지 않고 몰래 찍은 것”이라며 “단순히 우리의 생활과 애환에 관심을 갖고 촬영한다고 생각했지만 조회수로 돈을 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노숙인들은 이미 밑바닥 인생이라도 얼굴이 공개되는 순간 인생이 끝난다는 생각이 있다”며 “돈벌이에 우리를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개인방송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노숙인의 사생활을 방송 콘텐츠로 삼는 경우가 속속 나오고 있다. 문제는 보호가 필요한 노숙인의 얼굴과 사생활이 여과 없이 공개된다는 점이다.

각 영상은 ‘나가 씨XX끼야, 노숙자들의 리얼한 세계’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관심을 끌거나 노숙인들의 몸싸움이 담긴 경우가 많았다. 이진선 서울시 자활지원과 주무관은 “관련 영상들 탓에 노숙인에 대한 시민 인식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결국 재취업 등을 통해 자활을 하려는 노숙인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여과없는 방송이 명백하게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유림(법무법인 한울) 변호사는 “타인의 허락 없이 사진을 찍고 이를 유포했다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김준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노숙자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했기 때문에 빈곤하다’는 관념을 유포하거나 재생산한다는 소지가 영상에서 발견되면 명예훼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숙인들은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직접 방어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갈수록 노숙인이 개인의 인권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각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복지기관이 나서 법률교육과 피해자 구제 조치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김용현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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