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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약 성범죄 피해자 될 수 있다니” ‘제2의 혜화역 시위’ 조짐



‘버닝썬’ 등 강남 주요 클럽에서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 의혹이 제2의 ‘혜화역 시위’를 통해 여성의 집단 봉기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성들은 이른바 ‘물뽕(GHB)’ 등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가 SNS나 온라인 공간에서 상당 기간 지적돼 왔는데도 수사기관의 대처는 미흡했다고 성토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불법촬영 피해로 뭉쳤던 여성들이 누구나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 또다시 함께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남성약물카르텔 규탄 시위’는 다음 달 2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1번 출구에서 열린다. 주최 측은 인터넷 커뮤니티(카페)를 만들고 집회 준비를 위한 인원 등을 모집하고 있는데 카페 개설 2주도 안 된 18일 현재 회원수가 2000명을 넘어섰다. 혜화역은 지난해 여성들이 ‘몰카(몰래카메라)’ 불법촬영에 대한 경찰 수사 등 정부 대응을 규탄하던 곳이다.

이번 시위는 2016년 서울 강남역 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된 사건에서 비롯된 시위와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장미혜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강남역 사건처럼 클럽도 누구나 갈 수 있는 보편적인 장소임에도 성범죄 위협을 받는 것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는 것”이라며 “몰카 반대와 마찬가지로 언제, 어디서든 나도 모르게 당할 수 있는 성적인 위험이 여전하다는 점이 다시 여성들의 공감과 분노를 촉발시켰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그동안 클럽 등에서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피해가 발생해왔는데도 수사가 부진한 점을 비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는 많았지만 수사기관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수사하는 모습이 부족했다”며 “약물 성범죄는 준강간으로 분류해 수사하고, 확실히 처벌되는 사례가 많아져야 심각한 범죄라는 경각심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사 전문가들은 강남 클럽 전반으로 마약 투약 의혹이 번지면서 경찰이 관리감독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은 더 이상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국가가 아닌데도 제대로 관리감독이 되지 않았고, 경찰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대표는 “클럽 직원이나 마약 유통·판매자처럼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에 가담하거나 방조한 이들과 구조적인 카르텔을 수사하고 치안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책 마련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슬 박세원 이성문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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