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 무성했던 서울 강남 주요 클럽의 마약 및 성범죄 의혹이 하나씩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단순히 클럽 버닝썬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클럽 문화 전반에 ‘일상적 범죄’가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클럽 MD(merchandiser·영업사원)를 중심으로 한 마약 유통구조가 경찰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청 광역수사대는 버닝썬 직원 A씨를 마약 투약 및 소지 혐의로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대마초와 필로폰, 물뽕(GHB), 엑스터시 등 여러 종류의 마약을 소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일보가 다수의 버닝썬 직원에게 확인한 결과 A씨는 버닝썬 MD로 일했다. 한 직원은 본보에 “MD로 일한 지 오래된 사람”이라고 전했다.
버닝썬에서 VIP 고객을 상대로 마약을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인 여성(속칭 ‘애나’)도 버닝썬 MD였다. 경찰은 이 여성의 자택에서 성분 미상의 액체 몇 병과 흰색 가루 등을 압수해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A씨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마약 유통경로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강남의 다른 클럽까지 관련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클럽 MD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마약 유통 구조상 다른 클럽에서 일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부산 경찰이 적발한 강남 클럽 ‘아레나’의 마약사범 중 1명이 버닝썬에서 일했다는 의혹이 있어 관련 자료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버닝썬 등 강남 클럽가에서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증언은 이미 관련 직원들의 인터뷰(국민일보 1월 31일자 12면, 2월 1일자 12면 참조)를 통해 나왔다. 클럽 MD는 한곳에 속해 월급을 받지 않고 손님을 끌어올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다. MD를 중심으로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건 이 같은 구조 때문이다.
버닝썬을 비롯해 클럽 업계에서 10년 이상 몸담은 B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옥타곤이든 아레나든 돈이 되는 곳으로 왔다갔다 일하는 게 클럽 MD의 구조다. 수수료는 사람에 따라, 업장에 따라 모두 다르다”며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저는 일상적으로 (마약 투약을) 목격해 냄새만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현장을 포착하지 않는 이상 심증만으로 수사가 어려워 신고하더라도 잡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C씨도 “손님 인당 수수료를 받고 고액의 술을 팔면 그만큼 MD 수익이 올라가는 구조”라며 “주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카페를 통해 홍보한다”고 설명했다. C씨 역시 버닝썬 외 다른 클럽도 마약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약 클럽으로 유명한 강남의 애프터클럽이 있다”며 “일반인들은 (클럽 내에서) 마약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게 약을 먹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강남 클럽에서 MD로 근무 중인 D씨는 “버닝썬에서 일하는 MD만 200명이 넘어서 대부분 얼굴을 모른다. 기사를 통해 (마약 사건이) 비일비재하다는 걸 보고 놀랐다”면서도 “버닝썬의 ‘애나’처럼 다른 걸 이용해서 손님을 유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버닝썬은 마약을 비롯해 클럽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17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박상은 구승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