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펼쳐진 꿈의 무대 ‘빅 이어’ 품을 주인공 어느 팀이냐

맨체스터 시티 미드필더 르로이 사네(왼쪽 두 번째)가 21일(한국시간) 독일 겔젠키르헨 펠틴스 아레나에서 열린 샬케04와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골을 넣자 동료가 기뻐하며 그의 등에 올라타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는 이날 승리로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AP뉴시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지난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도르트문트와의 1차전 경기에서 볼터치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챔피언스리그 트로피인 ‘빅 이어’가 전시돼 있는 모습. AP뉴시스


올 시즌 유럽 최고 축구 클럽을 가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녹아웃 토너먼트가 막을 올렸다. 16개 팀이 토너먼트 첫 승부를 펼친 결과 팀 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없이 4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레알 마드리드는 승리한 반면 호날두를 데려온 유벤투스는 적지에서 완패를 당했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맨체스터 시티는 원정에서 역전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였다.

펩, 맨시티에 첫 번째 ‘빅 이어’ 안기나

토너먼트에 오른 16개 팀 사령탑 중 감독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있는 사람은 주제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유일하다. 그는 바르셀로나를 이끌던 2009년과 2011년 맨유를 물리치고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에 키스했다. 다른 감독 중에선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이 2014년과 2016년 두 번의 준우승,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이 2013년 도르트문트 감독으로 있으면서 준우승을 한 적이 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은 1999년 맨유에서 선수로 우승했다.

이에 비해 맨시티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 유일한 우승 경험을 가진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무관의 팀을 이끌고 우승에 도전하는 셈이다. 맨시티는 빅 이어와 인연이 없었지만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최근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 30일 뉴캐슬에 진 것을 빼면 12경기에서 11승을 거두며 리버풀과 리그 1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 4일 아스널에 3대 1, 11일 첼시에 6대 0 등 강팀을 상대로 막강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 중에선 세르히오 아궤로가 21일 샬케04와의 경기까지 8경기에서 10골을 넣으며 파괴력을 더하고 있다.

샬케04와의 챔피언스 토너먼트 첫 경기는 맨시티의 위기 돌파 시험무대나 마찬가지였다. 원정에서 비디오판독(VAR) 끝에 페널티킥 2골을 허용하고, 후반 경고 누적으로 니콜라스 오타멘디까지 퇴장 당했지만 기어코 역전에 성공해 8강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던 바르셀로나, 리버풀,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등과의 승부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가 정상 등극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 호날두 팀은 승, 현 호날두 팀은 패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4회 연속 우승 전망이 불확실해진 반면 유벤투스의 우승 전망이 높아진 주요 배경에는 호날두의 이적이 놓여 있다.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다 골(121골·예선 1골 제외)을 넣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유벤투스에서 빅 이어를 들어 올릴 경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08년), 레알 마드리드(2014·2016·2017·2018년)에 이어 3개 팀에서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다. 현재 3개 팀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클라렌스 세도르프(아약스, 레알 마드리드, AC 밀란)밖에 없다.

하지만 토너먼트 첫 경기는 그런 전망을 무색하게 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13일 아약스와의 16강 1차전 원정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토너먼트 첫 단추를 비교적 무난하게 채웠다. 이에 비해 유벤투스는 21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1차전 원정에서 0대 2로 패했다. 2차전이 홈에서 열리긴 하지만 수비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아틀레티코가 골문을 걸어 잠글 것으로 예상돼 뒤집기가 쉽지 않다. 기대를 모았던 호날두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1골만 기록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다.

레알 마드리드가 첫 단추를 무난하게 채웠다고 해도 4회 연속 우승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최근 10개 시즌 중 가장 많은 리그 패배를 기록하는 등 시즌 중 감독 교체로 인한 후유증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각각 4골과 3골을 기록 중인 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이 호날두의 빈자리를 얼마나 메워주느냐가 챔피언스리그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어디까지 올라갈까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았던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이는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PSV 아인트호벤에 있던 2005년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AC 밀란을 상대로 골을 넣은 것을 비롯해 맨유로 이적한 후인 2007년과 2008년에도 챔피언스리그 4강 무대를 밟았다. 그의 챔피언스리그 경력은 2009년 결승 무대를 밟으면서 정점에 이르렀다. 박지성은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발 출전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경험했다. 2005년 외에 2009년에도 4강에서 골을 터뜨리며 골 맛도 봤다.

손흥민은 레버쿠젠 소속이던 2013년 맨유와의 조별리그를 통해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은 이후 2년 연속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토트넘으로 건너온 후 지난해에도 토너먼트에서 뛰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만 11골을 터뜨려 골 숫자로는 5골의 박지성을 압도한다. 하지만 팀이 16강 무대에서 번번이 좌절해 그 이상 진출하지 못했다. 올 시즌의 경우 지난 14일 도르트문트와의 16강 1차전 홈경기에서 선제골을 기록했고, 팀도 3대 0으로 이겨 8강 진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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