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킬빌’, 고민이 수반되지 않은 어중간한 모조품


 
1%대 시청률을 보이며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MBC 예능 프로그램 ‘킬빌’ 출연진.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양동근 도끼 제시 비와이 리듬파워 치타 산이.MBC 제공


래퍼들이 경합을 벌이는 예능 프로그램 ‘킬빌’(MBC)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방송된 4회까지 프로그램은 매주 시청률 1%대에 그치고 있다. 목요일 밤 같은 시간에 편성된 프로그램 중 꼴찌다. 서바이벌 음악 예능의 효시였지만 똑같은 방식을 거듭한 탓에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한 ‘슈퍼스타K 2016’(엠넷)보다 낮다. 이 정도면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계획은 나름대로 거창했다. 킬빌은 미국 빌보드 차트 진출을 목표로 세웠다. 우승자는 세계적인 음반 프로듀서 디제이 칼리드의 지원을 받아 노래를 제작한다. 여기에 양동근 제시 도끼 산이 치타 리듬파워 비와이 등 인지도 높은 래퍼들을 불러들여 호화로움도 갖췄다. 이 사항들만 놓고 보면 제법 성대한 이벤트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성적이 부진한 이유는 안일한 접근에서 찾을 수 있다. 킬빌에 출연하는 래퍼들은 모두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이상 엠넷) 등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거친 이들이다. 동일한 형식의 프로그램에 나왔던 사람들을 규합해 놓으니 새로운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저 요즘 잘나가는 래퍼들의 팬과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를 즐겨 본 힙합 애호가들의 자동 유입을 기대한 듯하다. 감나무 밑에 누워 감 떨어지기를 기다린 꼴이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결정 자체도 큰 실수였다. MBC는 음악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줄곧 아류를 자처했다. 슈퍼스타K가 뜨자 이를 본뜬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을 선보였다. ‘프로듀스 101’(엠넷) 같이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속속 나온 뒤에는 10대 보이 그룹을 만드는 ‘언더 나인틴’을 내놨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까지 따라 하니 다수가 시시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전국에서 지원자를 모집하는 쇼미더머니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실력자를 발견하는 재미와 의미라도 있었다. 반면 킬빌은 본선부터 시작하는 모양새라 흥미와 긴장감이 떨어진다.

근래 들어 힙합에 대한 대중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상을 간과한 점도 패배의 또 다른 원인이다. 많은 래퍼가 가사에 돈 자랑을 늘어놓는다. 힙합 음악 특유의 인자이기도 한 이 내용은 개인주의와 배금주의, 출세 지상주의가 만연하면서 과거보다 더욱 늘어났다. 태반이 입만 열었다 하면 자기가 최고라면서 떵떵거리니 시청자는 거부감까지 느끼고 있다.

즉, 킬빌은 기본적인 고민이 부족했다. 목표치만 크게 잡았다. 유행을 좇는 데에 정신이 팔려서 차별화와 참신성을 놓쳤다. 힙합 음악에 대한 이해는 아예 없었다. 후발 주자가 나태하기까지 하다. 래퍼들의 열띤 각축을 획책했으나 정작 제작진은 치열하지 못했다.

한동윤<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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