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래의 기술’ vs 김정은 ‘실용적 전술’… 과감성 닮아 ‘통 큰 결단’ 가능성

사진=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번째 정상회담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8개월 만에 만나는 두 정상 모두 예측 불허의 승부수를 띄우는 데 능한 만큼 통 큰 결단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협상 스타일은 다른 듯하면서도 닮아 있다. 두 정상은 과감하고 저돌적이다. 또 자기과시적이고 주목받기를 즐기는 공통점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출신답게 상대방을 쥐락펴락하는 ‘거래의 기술’을 구사한다면, 3대 세습 권력자인 김 위원장은 냉철하면서도 실용주의적인 전술을 구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외교안보 정책에서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결정을 내려 국제사회를 뒤흔드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최근만 하더라도 참모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시리아 철군을 전격 발표했다가 쿠르드 민병대에 대한 터키 공격과 이슬람국가(IS) 부활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평화유지군 형태로 일부 남기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스타일이 역설적으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평소 “나만큼 거래를 잘하는 사람이 없다”고 자부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미국 비난이 잇따르자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또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1분 이내에 알아차릴 수 있다는 등 호언장담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비해 김 위원장은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라면 형식에는 얽매이지 않는 편이다.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손잡고 군사분계선을 건너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자 자신의 의중이 담긴 김계관 제1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회담 불씨를 살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SOS’를 보내면서 급하게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은 의전을 거의 생략했는데, 이런 파격은 실용주의를 토대로 냉정하게 승부수를 띄운 결과다.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정치적 행위다.

베트남 하노이를 향해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전용열차를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다. 비행기로 4시간이면 될 거리를 66시간 걸리는 열차를 선택한 것은 북한 정권의 계승자라는 정통성을 알리고 중국의 후광효과 및 북한의 개방의지를 알리는 등 다목적 포석에 따른 것이다.

두 정상은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지난해 1차 정상회담에선 대체로 의전대로 움직인 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용 차량인 ‘캐딜락 원’ 내부를 보여주는 서프라이즈를 선보인 것 외에는 깜짝 쇼는 없었다. ‘세기의 만남’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두 정상 모두 조심한 탓이다.

두 번째 만남에선 즉흥적인 이벤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1박2일로 진행되는 2차 정상회담은 당일치기였던 1차 회담 때보다 여유 있는 만큼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나올 수도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치적 리더십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 수사 등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다면 재선 승리에 다가갈 수 있다. 김 위원장도 경제발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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