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야구 농구 배구 골프 등 한국 5대 프로스포츠에 종사하는 여성 세 명 중 한 명꼴로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프로스포츠협회와 함께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5대 프로스포츠 종사자 9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에는 각 종목 선수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직원, 관련 종사자(치어리더 체육기자)가 포함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14.2%인 132명이 ‘팀에 입단(종사) 후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성별로 하면 여성 응답자 248명 중 93명(37.5%)이 성폭력을 당했고 남성의 경우 679명 중 39명(5.8%)이 같은 피해를 보았다. 선수들로만 국한하면 오히려 비중이 좀 더 늘었다. 전체 선수 응답자 중 15.9%가 성폭력 피해를 보았다고 털어놨는데 여성 선수의 경우 37.7%가, 남성은 5.8%가 성희롱 이상의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년 사이에 성폭력을 당한 여성 프로스포츠 종사자도 10명 중 1명 수준인 11.9%였다. 다만 남성은 1.5%에 그쳤다.
성폭력 피해 유형(중복 응답)을 살펴보면 언어적·시각적·기타 성희롱이 132명 중 117명(88.6%·여성 83명, 남성 34명)으로 가장 많았다. 강간, 강간 미수,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심각한 ‘육체적 성희롱’을 겪은 사람도 40명(30.3%)이나 됐다. 이 중 여성이 33명이며 남성도 7명이 추행 이상의 폭력을 겪었다. 온라인 성범죄 경험이 있다고 답한 11명(8.3%)은 모두 여성이었다.
성폭력 가해자는 코칭스태프가 35.9%로 가장 많았고, 선배 선수가 34.4%로 뒤를 이었다. 성폭력 피해 장소는 회식자리(50.2%)가 절반가량을 차지했으며 훈련장(46.1%)에서도 마수가 뻗쳤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은 이 사실을 외부에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내·외부 기관에 신고도 하지 않고 주변 동료 및 지도자에게 알리지도 않았다’는 응답이 66.7%(88명)였다. 피해자 10명 중 7명은 침묵한 채 혼자서만 이를 감당한 셈이다. ‘주변 동료 및 지도자에게만 알렸다’는 응답은 28.7%(38명)였고 ‘내·외부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4.5%(6명)에 불과했다.
문체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 종목 연맹과 협의해 성폭력 근절 후속 대책을 수립·보완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 같은 실태조사를 격년으로 실시해 스포츠계의 성폭력을 뿌리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