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과 최고위급 외교안보 라인이 집결한 베트남 하노이는 시내 전체가 요새화됐다. 베트남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보안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베트남 당국은 북·미 정상 숙소인 멜리아 호텔과 JW메리어트 호텔을 특별보안구역으로 지정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 호텔은 김 위원장 도착 전후로 삼엄한 경비태세를 유지했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에 도착하기 전부터 약 170m의 호텔 정문 진입로는 전면 통제됐다. 현지 경찰은 호텔 관계자와 확인된 손님을 제외한 누구도 이 도로를 통행하지 못하게 막았다. 김 위원장이 호텔에 입장한 후에도 도로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는 철거되지 않았다. 호텔 주변 도로엔 장갑차까지 등장했다. 호텔 안에서는 경호원들이 김 위원장의 주변을 빈틈없이 둘러싸고 취재진의 접근을 제지했다.
김 위원장과 멜리아 호텔에서 ‘불편한 동거’를 할 뻔한 미국 백악관 기자단은 결국 자리를 옮겼다. 베트남 외교부는 “미국 미디어센터가 멜리아 호텔에서 국제미디어센터(IMC)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북측이 보안을 이유로 베트남 정부에 백악관 프레스센터를 옮겨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백악관 프레스센터는 이 호텔 7층에 설치될 예정이었다. 백악관 기자단은 김 위원장 도착 몇 시간 전 갑자기 떠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도 경계가 한층 강화됐다. 호텔 주변에는 무장병력이 배치됐고 입구에는 보디스캐너와 보안 검색대가 설치됐다. 회담장으로 유력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주변에는 경찰특공대가 경비를 서고, 군인들이 금속탐지기로 폭발물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경찰은 건물 옥상에서 부근 주요 건물을 실시간 감시 중이다. 베트남 정부는 정상회담이 마무리될 때까지 하노이 시내에 1000명이 넘는 경찰을 배치하는 등 최고 수준의 보안을 유지할 예정이다.
한편 베트남에서 ‘가짜 김정은’이 또 등장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한국 국적 남성인 드래곤 김은 김 위원장과 똑 닮은 분장을 하고 호찌민 시내를 활보했다고 일간 뚜오이째가 26일 보도했다. 김씨는 김 위원장 흉내를 내며 수많은 베트남 시민들과 셀프카메라를 찍었다. 김씨는 “지난 7년간 미국 중국 홍콩 등을 돌아다니며 ‘김정은 코스프레’를 했다”며 “단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 모습으로 하노이에 등장했던 중국계 호주인 하워드 X는 홍콩으로 추방됐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