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핵담판 테이블에 ‘군사 카드’도 오르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시간 이상의 비행을 마치고 26일 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 베트남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AP


북·미 정상의 핵담판 테이블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추가 유예나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단 등 ‘군사 카드’가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북한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조치 중 하나로 이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 로드맵과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를 담보 받지 못한 상황에서 큰 폭으로 대북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경제 제재를 효과적인 비핵화 압박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제재 해제 대신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이 기간 미 전략자산 전개 역시 중단한다는 식의 북·미 간 약속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은 비핵화에 진전이 없을 경우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군사 카드를 ‘손해 보지 않는 장사’로 판단하는 모양새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해 남북 관계 변화와 비핵화 협상 등을 감안해 키리졸브연습(KR)·독수리훈련(FE) 실시 기간을 축소했고 미 전략자산 전개도 최소화했다. 지난해 8월 실시 예정이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도 유예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 카드를 뿌리칠 가능성도 희박하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더욱이 북한은 지난해 4월 사회주의 경제건설을 새 전략노선으로 채택했다. 김 위원장이 경제개발에 ‘올인’한다는 명분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실시와 미 전략자산 전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더 키울 수 있다. 군 관계자는 26일 “북한군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맞대응하는 훈련뿐 아니라 대규모 시설 공사에 투입되는 경제일꾼 역할도 함께 맡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발 더 나아가 상호 불가침 약속에 버금가는 돌발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 양자 간 종전선언 합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번 회담에서 파격적인 군사합의도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4일 시작할 예정인 KR을 전격 유예한다고 발표할 수도 있다. 그는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막대한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미 전략자산 전개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 우리 군 당국은 급작스러운 이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보수 성향 미 매체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스타일을 지적하며 이번에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미국의 공식 입장은 주한미군 감축 카드가 핵담판 테이블에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그것(주한미군 감축)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테이블에 올려있는 것 중 하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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