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주 만에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와 다시 만났다. 이번 만남을 통해 5G,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에서 UAE와 협력하고 나아가 중동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11일 UAE 아부다비에서 한 차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 방문은 UAE 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5G, 반도체 협력 등을 두고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5G와 파운드리는 이 부회장이 연초부터 직접 사업장을 챙기는 등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는 분야다. 2020년 두바이 엑스포를 앞둔 UAE는 올해 안으로 5G 통신망 구축을 완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UAE 최대 이동통신사인 에티살랏이 5G 장비사로 화웨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는 이날 다양한 시연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삼성전자는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통신장비를 통해 빠른 속도와 안정성 등의 특장점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 삼성전자는 드론을 띄운 뒤 자사 5G 통신장비를 통해 모하메드 왕세제가 착용한 가상현실(VR) 기기에 화성사업장의 360도 전경을 초고화질로 스트리밍하는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또 초고화질 영상 여러 개를 8K QLED TV에 끊김 없이 동시 스트리밍하는 통신 기술도 시연했다.
UAE 국영기업 아틱(ATIC)은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 등이 1~3위를 달리고 있다. 화성사업장은 삼성전자의 7나노 극자외선노광장비(EUV) 라인이 있는 곳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7나노 공정을 도입하지 않기로 한 상황이라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과 모하메드 왕세제가 파운드리 분야 협력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만남에 삼성전자 측에선 윤부근 부회장, 김기남 부회장 외에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등이 배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모하메드 왕세제는 5G, 반도체,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UAE 기업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는 물론 5G,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에서 양측 간 협력이 한층 탄력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방명록에 “더 나은 삶을 위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혁신과 최신 기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UAE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큰 관심이 있으며 사회에 이바지하는 기업들을 지원한다”고 글을 남겼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아준 감사의 뜻으로 모하메드 왕세제에게 기념 문구가 새겨진 12인치 반도체 웨이퍼를 선물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