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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무리수… 현대차에 5조8000억원 배당 요구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당액과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이견을 표출하면서 한판 대결을 예고했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며 타협하기보다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보통주 3000원(현대차), 4000원(현대모비스) 기말 배당을 주주제안했다. 현대차가 제안한 배당총액은 우선주까지 더해 총 1조1000여억원, 현대모비스는 3788억원 수준이다.

반면 엘리엇은 주당 2만원이 넘는(현대차 2만1967원·현대모비스 2만6399원) 배당을 양사에 요구하며 맞섰다. 엘리엇이 이사회 안의 최대 6배 이상 고액 배당을 요구하면서 다음 달 22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양측의 표대결은 불가피해졌다. 엘리엇이 제안한 배당총액은 5조8000억원 수준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6450억원임을 감안하면 연간 순이익의 353%에 이르는 과도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엘리엇은 현대차 지분 3.0%와 현대모비스 지분 2.6%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지난해 추진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등과 관련해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왔다. 이는 엘리엇이 3000억원을 상회하는 지분투자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고액 배당 등 사측의 추가 조치를 요구해온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대차 이사회는 “현 시점에서 회사의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을 큰 폭으로 넘어선 배당 요구가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 수립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가로막고, 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도 기여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엘리엇은 주주제안을 통해 현대차(3명)와 현대모비스(2명) 사외이사 후보를 각각 추천했다. 현대차는 이번에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를 처음 도입했다. 엘리엇이 현대차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인사는 존 Y 리우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과 로버트 랜달 맥이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S 빌슨 CAE 이사 3명이다. 이들은 현대차 이사회가 추천한 3인의 사외이사 후보와 함께 다음 달 주총에서 찬반투표에 부쳐져 다득표 순으로 3명이 선임된다.

현대차 측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관련 주주제안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후보자들의 경력 전문성이 특정 산업에 치우쳐 있고 이해상충 등의 우려가 있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대신 그간 엘리엇 등이 요구해온 주주친화 정책을 대폭 확대해 주총에서 주주들의 표심을 얻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발행 주식 3%에 달하는 9396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실시한 현대차는 배당액 상향과 더불어 주주들과 소통 강화를 위해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투자설명회 개최를 예고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배당금 확대와 자사주 추가 매입 등 향후 3년간 2조6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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