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3000㎞ 여정, 환영 감사”… 北대사관 찾자 직원들 “만세”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북한대사관 방문을 마치고 전용차량 벤츠 S-600 풀만가드에 타고 있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새벽 중국 난닝역에 도착한 뒤 전용열차에서 내려 담배를 피우고 있다(왼쪽).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 앞에서 재떨이를 들고 있다. 이 장면은 일본 TBS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TBS 방송 캡처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장장 66시간의 여정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개선장군처럼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내렸다. 26일 오전 8시20분쯤(이하 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타고 온 특별열차의 문이 열리자 검은색 인민복 차림에 올백으로 머리를 넘긴 김 위원장이 나타났다. 수십시간 동안 전세계의 주목을 집중시킨 ‘3박4일’ 기차여행의 피로함도 얼굴에 묻어났다.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는 오전 8시10분쯤 동당역에 멈춰섰다. 플랫폼에 마련된 환영통로와 내리는 문의 위치가 맞지 않아 특별열차가 조금 후진해 위치를 맞추는 장면도 연출됐다. ‘55번’이라고 쓰인 객차의 문이 열리고 김 위원장이 열차에서 내려 수백명의 환영 인파를 향해 웃음 띤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김 위원장은 영접을 나온 보 반 트엉 베트남 공산당 선전담당 정치국원 등과 악수하며 “베트남까지 3000㎞가 넘는 여정을 거쳤다. 따뜻하고 열광적으로 환영해준 이 나라(베트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우린 매우 행복하다.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사의를 표했다.

김 위원장이 동당역 앞에 대기하던 전용차량 벤츠 S-600 풀만가드에 탑승하자 북측 경호원 12명이 차량을 둘러싸며 V자로 방탄 경호를 선보였다. 김 위원장은 차창을 열고 환영 인파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김 위원장 차량은 경찰차와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으며 하노이로 향했다. 베트남 정부 당국은 김 위원장의 차량 이동을 위해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동당역과 하노이를 연결하는 도로인 1번 국도의 차량 진입을 통제했다.

김 위원장 차량이 하노이에 들어서기 전 숙소인 멜리아 호텔 앞 도로를 비롯한 시내 주요 도로도 통제됐다. 김 위원장이 멜리아 호텔로 들어서자 응우옌 득 쭝 하노이 인민위원장이 꽃다발을 건네며 영접했다.

이날 숙소에 짐을 푼 김 위원장은 베트남 방문 첫 대외 일정으로 북한대사관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오후 5시쯤 각국 외교공관이 모여 있는 바딘 구역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이 차량에서 내리자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환호성과 열광적인 “만세” 소리, 박수 소리가 3분 넘게 울려퍼졌다. 김 위원장은 약 한 시간 동안 김명길 대사 등 직원들을 격려한 뒤 대사관을 떠났다. 직원들은 김 위원장이 떠날 때도 “만세”로 환송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대사관 방문 이후엔 특별한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27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첫 공식 일정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에 앞서 개별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 하노이 시내에서만 일정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동행한 북한 대표단 가운데 오수용 경제담당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이 하이퐁의 산업단지를 시찰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동당역까지 타고온 특별열차는 다시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돌아갔다.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열차가 김 위원장이 동당역에 내린 후 중국 핑샹역으로 향했으며, 3월 2일 동당역으로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특별열차가 중국으로 떠나면서 김 위원장이 귀국길엔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김 위원장이 이날 새벽 베트남 접경지역인 중국 난닝역에서 내려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일본 TBS방송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플랫폼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걸으며 담배를 피웠다. 김여정 부부장이 물이 든 재떨이를 받쳐 들고 있는 모습도 시선을 끌었다. 김 위원장이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각각 얘기를 하는 장면도 나왔다. 촬영 시점은 하노이로 향하던 김 위원장의 열차가 난닝역에 30분간 정차했던 26일 새벽 3시30분쯤이라고 TBS는 설명했다.

랑선성, 하노이=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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