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 폐기-종전선언’ 명문화 의견 접근… 김정은·트럼프, 하노이 입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서 전용차로 출발하기 전 창문을 내려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숙소로 향하는 전용차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두 정상은 1차 정상회담 이후 260일 만에 다시 만나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 등이 담긴 하노이 공동선언을 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인 베트남 하노이에 나란히 입성했다. 두 정상은 27일 오후 만찬을 시작으로 28일까지 최소 5차례 만나 한반도 비핵화의 명운이 걸린 담판을 한다. 1차 정상회담 이후 260일 만에 재회하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종전선언, 비핵화 로드맵의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탄 전용 열차는 중국 대륙을 종단해 이날 오전 8시10분(이하 현지시간)쯤 베트남 접경인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역 밖에서 벤츠 전용차로 갈아타고 2시간30분을 더 달려 하노이 시내로 들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대서양을 가로질러 오후 8시57분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곧장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이 묵는 멜리아 호텔과 트럼프 대통령 숙소는 약 7㎞ 떨어져 있다.

북·미 양측은 하노이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정상회담 합의문에 명문화하는 데 이견을 거의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영변은 북한 핵 개발의 핵심 시설로 이곳의 동결·폐기·검증은 정상회담 성과를 가늠할 주요 잣대로 꼽힌다.

협상 사정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제재 문제에서 진전이 있어야 영변을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며 “그러나 양측 실무팀이 영변을 합의문에 넣기 위한 조건들을 매우 심도 있게 논의한 상태라 정상들이 만나 풀 여지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당장 제재의 틀을 건드리는 건 어렵겠지만 해제 시점을 제시하고 그와 연동해 금강산 관광 재개 여건을 만드는 식으로 향후 이행할 사안을 합의하는 것도 하나의 동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때 남북 정상이 경제 협력을 재개하는 식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2차 회담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크다는 점도 합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종전선언도 이번 합의문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북·미 정상회담 전 이례적으로 양자 간 종전선언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양쪽의 동의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이와 함께 북·미는 비핵화 로드맵을 논의하기 위한 워킹그룹 구성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 로드맵까지 내놓기에는 준비 시간이 촉박했던 만큼 추후 회담으로 미뤄놓는 것이다. 이는 북·미 협상의 동력을 이어가는 의미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3차 정상회담을 예고한 바 있다. 북·미는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문제도 진지하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소는 예상대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로 확정됐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이 호텔 시설을 점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로 향하는 기내에서 트위터에 글을 올려 “매우 생산적인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 전에는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로 급속히 경제 강국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권지혜 이상헌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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