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좋은 일’ 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좋은 일의 개념은 점차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 기업이 좋은 일을 한다는 건 남은 이윤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연말연시나 명절마다 사회 복지시설을 찾아 온정을 나누는 행동이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각이 달라졌다. 기업이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은 경영 활동 전반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한다는 의미다. 고용을 창출하고 투자를 하고, 비정규직보단 정규직을 뽑고, 협력업체와 건전한 상생 관계를 구축하는 게 기업이 할 수 있는 좋은 일이라고 판단한다. 소비자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르고 오뚜기 제품의 매출이 급증하는 일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가 단순히 물질을 나누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걸 시사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트렌드와 기업 대응전략 설명회’에서 정유진 전 더나은미래 편집장은 “기업이 무엇(What)을 하는지보다 왜(Why) 전략을 세웠는지를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보여주기식으로 하는 건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이 사회 공헌 활동을 나설 때 이전보다 진정성이 더욱 요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일회성 봉사활동보다 지속성이 있는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노하우를 공유해 어려운 이들의 자립을 돕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여성이 주 고객인 기업은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창업 지원금을 내어준다. 여성이 많이 일하는 기업은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남성들의 육아휴직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IT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청소년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제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선대부터 독립운동가를 지원했던 기업은 지금도 독립운동가 후손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을 없애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기업도 있다.
한 기업은 한 해의 업무성과를 평가할 때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실현했는지를 주요 항목으로 넣었다. 일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사회적 가치를 염두에 두라는 의미다. 기업에게 있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회적으로 좋은 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생존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시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