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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배병우] 닉슨 독트린, 트럼프 독트린



1969년 1월 미국 제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취임했다. 닉슨의 급선무는 미군을 베트남전의 수렁에서 빼내는 것이었다. 이는 새로운 외교정책 기조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물이 닉슨이 같은 해 7월 25일 괌에서 발표한 괌 독트린이었다. 후에 닉슨 독트린으로 명명된 이 선언은 냉전 수행에 있어서 동맹국들의 부담을 늘리고 미국의 방위책임은 축소하는 내용이다. ‘아시아의 방위는 아시아인들의 힘으로’라는 구절로 요약된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은 우방과 동맹국에 대해 조약상의 의무를 다하며 핵우산을 제공한다 △핵 공격 이외에는 당사국이 1차적 방위책임을 진다 △미국은 군사 개입 정도를 줄인다 등이다.

닉슨 독트린은 ‘베트남전의 베트남화’로 이어졌다. 미국은 베트남으로부터 미국 지상군을 철수시키면서 동시에 남베트남의 국방력을 강화시키는 전략을 추진했다. 한국에도 닉슨 독트린이 적용됐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감군과 한국 국방력 증대를 병행 추진했다. 닉슨 독트린 발표 2년 뒤인 71년 3월 주한미군 7사단 병력 2만명이 철수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26일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은 ‘트럼프 독트린’의 시작”이라며 “이는 1969년 베트남과 대만에서 미군 철수를 불러온 닉슨 독트린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핵 위협은 미국 몫, 남한에 대한 핵 위협은 남한 몫’임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외교 방향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 보유 전략’이 맞물려 닉슨 독트린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워싱턴에서 미 의원들과 한반도 전문가들을 만나고 온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정상회담 때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한반도 미군 철수 혹은 대폭 감축을 제안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되면서 트럼프 독트린이 현실화될 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간의 인식 차가 원인임을 확인했다. 앞으로도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맞물려 주한미군 지위의 귀추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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