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라인업 짜기 벌써 끝… 비룡 승천 또 시작된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우승팀인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장에서 2연패 목표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타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SK 에이스인 김광현이 이곳에서 토스를 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제공
 
염경엽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을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다. SK 와이번스 제공
 
지난해 11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단상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며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SK 와이번스가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을 지난 27일 찾았다. SK는 전날 이곳으로 와 여장을 푼 뒤 오전 9시30분쯤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선수가 에이스 김광현이었다. 오키나와에 와서 가진 첫 오전 훈련을 시작하자마자 손혁 투수코치를 따라 다니며 질문을 계속 하고 있었다. 자신이 갈고 닦고 있는 구종의 그립을 보여주며 조언을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광현은 “나는 경기에서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졌다. 이제 커브, 스플리터, 체인지업 등도 잘 구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광현은 올해 200이닝을 던지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광현은 “정규시즌에서 180이닝을 던질 것이다. 한국시리즈는 당연히 갈 것이니까 포스트시즌, 국가대표에서 20이닝 이상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선수생활 하면서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가장 많이 던진 것도 193이닝이었기에 이제 ‘이닝이터’ 소리도 듣고 싶다고 했다.

수장인 염경엽 감독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염 감독은 환한 미소로 “그래서 성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생각하는 야구’를 김광현이 잘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듯 염 감독은 ‘생각하는 야구’를 선수들에게 주입해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선수들이 시키는 것만 했다면 이제는 선수들이 어떤 야구를 해야 하는지 자신을 돌이켜보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염 감독은 “나는 은퇴 무렵에 내가 해온 야구에 대해 반성하고 실천해 삶이 바뀌었다. 이런 고민을 더 젊었을 때 한다면 선수들은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염 감독은 다른 구단과 달리 벌써 정규시즌 투타 라인업을 다 짰다고 했다. 팀의 1~5선발은 김광현과 브록 다익손, 앙헬 산체스, 박종훈, 문승원이다. 클린업트리오도 최정과 로맥, 한동민으로 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불펜을 누가 맡을지도 이미 해당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염 감독은 “자신의 보직과 위치를 먼저 알려주면 선수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더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벌써부터 이런 염 감독의 주문을 선수들이 이해하고 있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한동민은 “항상 생각하면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그리고 안 좋았던 것, 발전해야 하는 것 등에 대해 항상 노트에 메모를 한다”고 말했다. 투수 박종훈도 “더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염 감독에게 전지훈련 기간 동안 많이 발전한 선수에 대해 물어봤다. 포수 이현석과 투수 이승진이 눈에 띄더란다. 둘 다 자신의 야구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기량도 올랐다고 했다.

염 감독은 이런 ‘생각하는 야구’를 위해 리더십도 변화를 줬다. 이전까지는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았고 코치를 통해 주문했다면 이제 친근하게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스킨십도 강화하는 등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넥센 시절에 이어 SK에서 염 감독과 한솥밥을 먹은 김택형은 “이전에는 직접 선수들에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런데 여기선 먼저 다가오셔서 우리와 소위 농담 따먹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염 감독은 홈런 군단 이미지는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올해는 거기에 세밀한 데이터 야구도 가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선수 컨디션과 데이터를 반반씩 사용하는 감독이다. 확률높은 야구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SK 선수들에게서 ‘우승 프리미엄’의 모습이 묻어나오는 점도 염 감독에게 고무적이다. 우승 프리미엄이란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하면 선수들의 몸에서 여유가 생기고, 이전보다 더 나은 경기력을 가진다는 뜻이다.

실제 전지훈련에서 SK 선수들은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물두했고 힘든 기색을 보이는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 염 감독은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다. 우승 후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좋아졌다. 성공을 체험하면 선수들은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을 더 갖게 된다”고 반겼다.

선수들도 2연패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했다. 김택형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때 마운드에서 엄청 초조했다. 공을 던지고 내려올 때도 정신이 멍했었다”며 “이제는 자신감이 붙었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선 더 과감하게 공을 던져 팀 우승을 돕겠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지난해 트레이 힐만 감독이 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줬고, 선수들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며 “올해도 팬들이 원하는 경기를 하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오키나와=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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