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활동을 지원하고, 일본의 시베리아 출병 때 무장투쟁을 벌이다 잡혀 처형당한 독립운동가 최재형(1860~1920) 선생의 손자 최발렌틴(81)씨의 소감에는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러시아 독립유공자후손협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여든을 넘기고서 할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나라의 국민이 됐다.
법무부는 27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운동을 전개한 독립유공자 19명의 후손 39명에게 대한민국 국적 증서 수여식을 열었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항일 독립운동을 펼친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 것이다. 최재형 선생을 비롯해 허위, 박찬익, 전일, 김남극, 최명수, 이여송, 이인섭, 이근수, 오성묵, 이경재, 권재학, 강상진, 남인상, 박택룡, 구철성, 한이군, 이승준, 김규석 선생의 후손이다.
이날 대한민국 국적 증서를 받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직계존속이 정부로부터 독립유공으로 훈장·포상을 받아 국적법 7조에 따라 특별귀화 허가를 받았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 독립유공자 후손 39명은 각각 러시아(18명) 중국(13명) 우즈베키스탄(3명) 투르크메니스탄(2명) 카자흐스탄(2명) 쿠바(1명)의 국적을 갖고 있다.
1930년대 조선혁명군에 가담하고 만주에서 일본군과 전투에 나섰던 이여송(미상~1936) 선생의 손자 이천민(64)씨는 “수여식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은 순간부터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는 자부심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독립운동가 권재학(1897~1938) 선생의 외증손녀 김넬랴(36)씨는 “애국지사의 아들인 저의 외할아버지는 고향에 다시 돌아가기를 학수고대하며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을 그리워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2006년부터 매년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찾아 국적증서를 수여해 왔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적을 취득한 독립유공자 후손은 총 1118명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은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독립유공자를 계속 발굴해 후손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되찾아 국내에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