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주재했던 영국인 법률가 존 개스비. 동양 도자기 애호가인 그의 수집품은 당시 수집가들에겐 꿈의 컬렉션으로 불렸다. 1937년, 일본의 정세가 불안해지자 개스비가 귀국 채비를 하며 컬렉션을 처분할 거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간송 전형필은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 일본으로 건너갔다. ‘청자기린유개향로’(국보 제65호)를 포함해 개스비의 고려자기 컬렉션 20점을 오롯이 인수할 수 있었다. 이를 사기 위해 충남 공주 일대의 1만 마지기 땅을 팔아야 했다. 당시 기와집 400채 값이었다.
서울 동대문구 DDP에서 열리고 있는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특별전, 대한콜렉숀’전은 간송이 일제강점기 수많은 국보와 보물을 수집하기까지 긴박했던 순간들을 이처럼 스토리텔링 식으로 전한다.
존 개스비 컬렉션 코너에서는 간송이 일본까지 건너가서 구해온 고려청자 이야기를, 간송이 세운 국내 최초의 사립박물관 보화각 코너에서는 친일파의 집에서 불쏘시개가 돼 한 줌의 재로 사라질 뻔한 겸재 정선의 화첩을 구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경매회사인 경성미술구락부 코너에서는 문화재 수탈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경성미술구락부는 일본인에게는 합법적인 문화재 반출구였으나 간송에게는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최전선이었다. 전시에선 고려청자의 대명사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 등 국보 6점, 보물 8점을 만날 수 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