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맨(madman) 전략’을 구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상회담 달인’으로 불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정상 중 누가 역사적인 비핵화 담판에서 승리를 거둘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예측이 불가능한 외교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7년만 해도 “리틀 로켓맨” “정신나간 사람” “내 핵 버튼이 더 크고 강력하다”고 하는 등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최근 그는 “나는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 “김 위원장을 정말 신뢰한다” “그와 매우 좋은 관계”라고 강조하는 등 정반대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에 대한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매드맨 이론(madman theory)’을 따라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매드맨 이론이란 협상 상대에게 자신을 비이성적이고 예측 불가한 사람으로 인식시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외교 전략이다. 닉슨 전 대통령이 베트남전 당시 핵전쟁 공포를 의도적으로 조성해 구소련을 압박하고 전쟁을 끝내려고 한 데에서 유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매드맨 전략은 김 위원장을 2차 정상회담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데까지는 성공시킨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스스로 존중받고 안전하다고 느끼게 만들면서 경제적 보상의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만만치 않은 외교 실력을 보여줬다. 1차 회담은 북·미 적대관계 종식의 출발선을 끊었다는 의미가 있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에서 북한의 승리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위원장을 “정상회담의 달인(master of summits)”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이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마주앉았을 때 그는 자신감이 커진 젊은 독재자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축소하거나 포기하도록 만드는 건 더 어려워졌다는 시각이 있다”고 보도했다.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자신이 2차 회담 등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보 불균형도 이번 회담의 변수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을 앞두고 외교 치적이 필요한 상황이며 러시아 스캔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김 위원장은 트럼프가 어려운 국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이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