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전문가들 ‘한반도 미래 좌우할 분수령’ 주목

사진=YTN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전문가들은 한반도를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으로 주목하면서도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대체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사찰 수용 등 일부 진전이 있겠지만 북한이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또 정치 시스템 등 여건의 차이 때문에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개방 정책을 그대로 따라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반도 전문가인 왕성 지린대 교수는 27일 중국신문망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에 영변 핵시설과 미사일 발사기지 폐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 등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며 “북한은 한반도 종전선언, 북·미 관계 정상화, 대북 제재 해제 뿐아니라 미국의 대북 투자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이런 부분에서 양보해야 서로 신뢰가 쌓이고, 북한이 핵시설 리스트를 더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롄구이 중앙당교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북·미가 ‘비핵화’의 정의에 합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은 불가역적 핵 포기를 북한에 강조하지 않겠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대북 제재를 철회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비핵화 합의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국이 북한의 철로보수나 물자를 운송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일부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진메이화 지린성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센터 소장은 관영 차이나데일리 기고에서 “북한은 핵 능력을 강력한 협상카드로 여기기 때문에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번 회담이 한반도 미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이후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렉산드르 제빈 러시아극동연구소 북한연구소장은 닛케이신문 인터뷰에서 “보여줄 성과를 얻을 수 없다면 두 정상이 회담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대대로 이루지 못한 역사적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은 차기 미국 대선 결과를 알기 전까지는 완전한 비핵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과 정치 시스템과 핵 문제 등에서 큰 차이가 있어 베트남식 경제발전 경로를 따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을 ‘제2의 베트남’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라며 “북한은 체제의 생존, 즉 정권 유지가 항상 최고 우선순위에 있으며 이는 미국과 어떤 관계를 맺더라도 바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과 북한이 강력한 공산당 지배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북한은 미국을 위협할 핵무기가 있고 권력이 고도로 집중된 반면 베트남은 핵무기도 없고 정치 제도도 분산돼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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