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해 베트남을 찾은 북한 고위 간부들이 27일 하이퐁 산업단지와 유명 관광지 하롱베이를 시찰했다. 북한판 ‘도이머이(개혁·개방)’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 비전 공유를 위한 일정으로 해석된다.
오수용 북한 노동당 경제담당 부위원장, 리수용 당 외교담당 부위원장, 김평해 인사담당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은 이날 베트남 제3의 도시인 하이퐁을 방문했다. 하노이에서 차량으로 약 2시간(110㎞) 정도 떨어져 있는 하이퐁은 다수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이 진출해 있는 베트남 경제개발의 상징적 도시 중 하나다.
오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은 하이퐁 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빈패스트’ 공장을 찾았다. 빈패스트는 베트남의 삼성인 ‘빈그룹’의 계열사이자, 베트남 첫 완성차 업체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 브랜드 자동차 생산을 위해 빈패스트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패스트 공장 직원 수십명은 공장 입구 도로에 양쪽으로 도열, 북한 국기인 인공기와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를 손에 들고 오 부위원장 일행을 뜨겁게 환영했다. 또 공장 입구엔 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자동차와 휴대전화 공장 방문을 열렬히 환영한다”가 한글로 적힌 구조물이 설치됐다. 북한 대표단은 휴대전화 업체인 ‘빈스마트’, 농업업체인 ‘빈에코’ 등도 둘러봤다.
김 위원장이 오 부위원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에게 개혁·개방 이후 확연히 달라진 베트남 경제 발전상을 둘러보고 학습하라는 임무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시찰에 나선 대표단 인사 구성도 눈길을 끈다. 첨단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오 부위원장은 하이퐁 산업단지를 둘러보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 인민무력상은 향후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가 공고해진 이후 본격화될 군의 경제건설 투입에 대비, 개혁·개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시찰에 동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건설 총력 집중노선’을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경제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북한 대표단은 세계적 유명 관광지인 꽝닌성의 하롱베이를 방문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하롱베이는 수려한 경관으로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또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1964년 베트남 방문 때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하롱베이를 둘러본 후 꽝닌성 당서기 및 인민위원장이 파라다이스 선착장에서 주최한 환영 오찬에 참석했다. 북한 대표단은 내부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관광지인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의 ‘북한판 하롱베이화’를 고민하고 갔을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대표단의 하롱베이 방문은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노이=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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