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찬장이자 정상회담 장소인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엔 27일 아침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삼엄한 경비 속에서 양측 실무자들은 지난 며칠간 호텔을 드나들며 두 정상의 동선을 정리하고 주요 장소의 보안 등을 점검했다.
북측에선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미리 동선을 점검했다. 호텔 내에선 일부 직원과 손님들이 한국어와 영어로 각각 ‘호텔 직원’ ‘호텔 손님’ 등이 명기된 명찰을 붙인 모습도 포착됐다. 호텔 측이 보안 및 인원 식별을 위해 붙인 것으로 보인다.
‘오페라윙’으로 불리는 호텔 신관은 27일 오후부터 일반인 출입을 통제했다. 양측 의전 관계자들이 가장 집중적으로 점검한 곳은 호텔의 구관과 신관 건물을 연결하는 중앙정원 주변이다. 프랑스풍의 중앙정원은 호텔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VIP용 차고에서 바로 연결된다. 메트로폴 호텔은 1901년 프랑스 투자가들이 지은 하노이의 첫 근대식 호텔이다. 1936년 찰리 채플린의 신혼여행지로 유명세를 탔다.
역사적 의미도 작지 않다. 로버트 맥나마라 전 미 국방장관과 응우옌꼬탁 전 베트남 외무장관 등 베트남전의 주역들은 1997년 이 호텔에 모여 이른바 ‘하노이 대화’를 가졌다. 베트남전을 피할 수는 없었는지, 더 빨리 종전을 시도할 순 없었는지를 논의한 콘퍼런스로 세계 역사상 이례적인 행사였다. 콘퍼런스의 주제는 ‘우리는 기회를 놓쳤는가?(Missed opportunities?)’였다. 이런 이유로 이 호텔은 새로운 북·미 관계와 한반도의 평화를 모색하는 무대로 전혀 손색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