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앞서 베트남을 북한 개혁·개방의 본보기로 치켜세우며 다시 한번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전 11시(현지시간) 하노이 주석궁에서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은 훌륭한 생각을 하면 (북한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짜 본보기”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불과 8시간여 앞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베트남에는 정말로 특별한 무언가 있다. 나는 어젯밤에 에어포스원에서 내려 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공사 중인 모든 건물을 봤고 베트남이 얼마나 번영하는지를 봤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1960년대 베트남전쟁에서 미국과 치열하게 싸웠지만 2000년대 들어 급속도로 관계를 개선했다. 베트남은 이후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베트남)이 단기간에 해낸 것을 본다면 김 위원장은 매우 빠른 시간 내에 해낼 수 있다. 북한을 위대한 경제강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매우 중요하게도, 우리는 오늘 밤 매우 큰 만찬 및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들을 한다”며 “우리 두 사람 모두 베트남에서 이렇게 매우 중요한 정상회담을 하는 데 매우 좋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매우 성공적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 그러나 김 위원장이 베트남처럼 뭔가 위대한 일(something great)을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석궁 방문 전 올린 트위터 글에서도 “베트남은 지구상에서 흔치 않게 번영하고 있다. 북한도 비핵화한다면 매우 빨리 똑같이 될 것”이라며 “잠재력이 굉장하다. 내 친구 김정은에게 있어서는 역사상 거의 어떤 곳에도 비견할 수 없는 훌륭한 기회”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하노이 정부청사에서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회담에 이은 업무 오찬을 가졌다. 양국은 이 자리에서 무역 관련 서명도 했다. 미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사가 베트남 저가항공사 비엣젯과 뱀부에어웨이스에 157억 달러(17조5495억원) 규모의 비행기 110대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베트남통신이 27일 전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유치한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도 북한의 ‘롤모델’을 자처했다. 푹 총리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베트남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에게 이번 회담 주최국 이상의 역할을 하고 싶다”며 “베트남이 평화와 화해, 시장 자유화가 어떤 혜택을 가져다주는지를 증명해주는 사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핵 담판 직전 정상회담 개최국인 베트남 지도자들을 예방한 것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펼쳐질 잠재적 미래를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