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역사적인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무대를 제공하는 등 회담 성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미국과의 협력 관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7일 하노이에서 응우옌푸쫑 국가주석, 응우옌쑤언푹 총리 등 베트남 지도자들과 잇따라 회담을 갖고 양국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은 1964~75년 베트남전을 거치면서 미국과 적대관계가 됐다. 미국이 당시 남베트남을 지원했지만, 호찌민이 이끄는 북베트남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통일을 이뤘다. 이후 미국은 베트남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등 강력한 고립정책을 단행했다. 경제 위기에 직면한 베트남은 86년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머이(쇄신)’를 채택한데 이어 88년 미군 실종자 유해 수색을 허용하면서 외교 관계 회복에 나섰다. 미국은 94년 경제 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이듬해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
양국 지도자들의 방문도 잇따랐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2000년 베트남을 방문해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협력관계 구축하기로 약속했다. 판카이 베트남 총리가 2005년 미국을 방문해 ‘우호적이고 건설적이며 다차원적인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다는 미·베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국교 정상화 이후 베트남은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기지로 급부상하면서 외국인 투자가 쇄도했다. 개혁·개방 이후 베트남의 연평균 성장률은 6~7%를 기록하고 있다. 양국의 교역도 빠르게 늘었다. 2000년 무역 협정 합의로 미국은 베트남에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고 있는데, 1995년 4억5000만 달러 수준이었던 양국 교역액은 2018년 600억 달러가 됐다. 최근엔 매년 2만여명의 베트남 학생이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수혜자도 베트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생산기지와 투자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베트남 사이 협력 관계는 경제 분야를 넘어 안보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이 시작한 남중국해(베트남 동해) 영유권 분쟁이 촉매제가 됐다. 2011년 미 해군 함정 3척이 베트남 다낭에 입항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양국은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또 2015년 ‘공동비전성명(JVS)’을 채택한 이듬해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를 전면 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후 군사협력은 더욱 긴밀해졌다. 지난해 칼 빈슨호가 미 항공모함으론 베트남전 이후 처음 다낭에 기항했고, 베트남 해군은 미국 주도 해상종합기동훈련인 환태평양훈련(림팩)에 처음 참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6일 하노이에서 팜빈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 후 “베트남은 점점 더 미국의 가까운 친구이자 파트너가 되고 있다”면서 “양국은 다양한 전략적 이익과 평화, 안보를 증진하기 위한 공동의 바람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