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소식을 이전과 달리 빠르게 보도하고 있다. 이제까지 보안과 안전을 이유로 공개를 꺼렸던 최고지도자의 동선과 일정도 가감 없이 공개했다. 이런 ‘파격’은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지난 23일 김 위원장이 평양역을 떠나 베트남으로 향하자 다음 날 아침 곧바로 이 소식을 보도했다. 지난해까지 관영 매체는 김 위원장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는 보도하지 않았다. 지난해 1, 2차 방중 때는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 오른 뒤에야 보도했고, 1차 북·미 정상회담과 3차 방중은 목적지에 도착한 이후에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해외 순방 보도 시점이 앞당겨졌다. 지난달 4차 방중은 베이징역 도착 3시간여 전에 방중 사실을 알렸고, 이번에는 더 빨라졌다.
이번엔 베트남 동당역 도착 모습과 하노이 북한대사관 방문 등 김 위원장의 일정과 동선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 숙소 내부까지 공개한 것은 이제껏 북한 매체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이 최고지도자가 열흘 가까이 평양을 비운다는 소식을 이렇게 신속히 보도한 것은 더 이상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이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통상 국가 정상들은 해외 순방 때 대사관을 방문하거나 교민 간담회를 여는데, 김 위원장이 대사관을 방문하고 이를 보도한 것은 정상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신문은 27일 베트남의 경제발전 현황을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외국의 발전상을 가감 없이 전하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주민들에게 베트남의 발전 방식을 학습시키면서 향후 본격적인 개방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신문은 베트남이 세계적인 쌀·커피 수출국, 천연고무 생산국이라고 소개하면서 “농업에 치우쳐 있는 경제의 편파성을 극복하고 다방면적 공업구조를 완비하기 위한 사업이 힘있게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외국자본이 활발하게 유입돼 경제발전을 견인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전략은 전면적이 아닌 선택적 개방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에 베트남의 외자 유치는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며 “베트남의 발전상을 소개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경제개발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이나, 필요한 부분만 취사선택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