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신임 대표로 선출한 것은 당이 중도 확장과 보수 색채 강화의 기로에서 일단 보수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근혜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과 마지막 총리를 지낸 황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친박근혜계가 당의 주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입당 43일 만에 당대표가 된 황 대표 앞에는 당심(黨心)과 민심 간 격차 극복, 보수 통합 등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박 전 대통령 탄핵 프레임과 우경화 논란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황 대표는 27일 당선 수락 연설에서 “이제부터 우리는 하나”라며 “당과 나라를 위해서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황 대표는 선거인단 득표와 여론조사를 합쳐 50.0%의 득표율로 31.1%를 기록한 오세훈 후보를 제쳤다. 경선 막판 태블릿PC 조작설과 박 전 대통령 탄핵 부정 발언이 논란이 됐지만 일찍부터 형성된 대세론을 꺾지는 못했다.
다만 당초 황 대표가 6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에 비해서는 표 차이가 적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황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우리 당 안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인재들이 많은 만큼 이들과 함께 당의 외연을 넓혀 중도 통합까지 가져갈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치 신인인 황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서 어떠한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대권주자로서의 지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의 제1과제는 전대 과정에서 드러난 당심과 민심 사이 간극을 극복하는 일이다. 황 대표는 당원들을 대상으로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55.3%로 22.9%를 얻은 오 후보를 크게 앞질렀지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37.7%에 그쳐, 50.2%를 얻은 오 후보에 뒤졌다.
탄핵 프레임과 당의 우경화 논란도 이겨내야 할 과제다. TV 토론 때 “(탄핵)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순실씨의 태블릿PC가 조작됐다고 보고 있다”는 황 대표의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도 “국민 대다수가 찬성한 탄핵을 부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탄핵과 관련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면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탄핵 프레임’ 공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다.
소속 의원들의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논란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황교안 체제 앞에 놓인 난제다. 황 대표는 이와 관련해 “지금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러 의견을 수렴해 잘 처리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논란의 당사자 중 한 명인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당 차원의 징계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태극기 세력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김 진태 후보는 18.9%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전대 과정에서 드러난 태극기 세력의 맹위가 실제 표심으로 이어지지 않고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친 셈이다.
최고위원에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조경태(4선·부산 사하을) 의원과 ‘경제통’ 김광림(3선·경북 안동) 의원, 방송인으로도 활동한 정미경 전 의원이 김순례(초선·비례대표) 의원과 함께 입성했다. 당내 유일한 30대 국회의원인 신보라(비례대표) 의원은 청년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이들 모두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연직 최고위원인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포함하면 당 지도부 8명 가운데 여성이 4명이나 된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